매각 참여 5개사 무담보 연체채권 매입 경험 ‘전무’
가격·매각규모 이견에 충당금 눈덩이…3분기 실적도 부진 예상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민간 부실채권(NPL) 정리 회사와 연체채권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4개월이 되도록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에 연체율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쌓는 충당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저축은행 업계 3분기 실적도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체채권 매각 논의 시작부터 난항 “가격 산정 어려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7월부터 민간 투자사와 연체채권 매각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연내에 아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은행은 대출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채권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또는 민간 투자사에 팔아 연체율을 낮추는 등 건전성을 관리한다. 연체채권은 추심이 가능한 채권으로, 투자사들은 나중에 자금을 회수하거나 연체채권을 제 3자에게 매각해 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처한 서민들이 과한 추심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과 연체채권을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도록 자율협약을 맺었다.
자율협약 이후 무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자, 저축은행은 캠코에 연체채권을 매각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캠코가 저축은행권으로부터 사들인 무담보 채권액은 약 2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인수 규모인 201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체채권 가격은 통상 부실 가능성이 높을수록 낮게 책정된다. 매각 과정에서 채권 가격표를 받아든 일부 저축은행은 손해를 보고 연체채권을 팔아넘기는 대신, 연체율이 높아지더라도 연체 대출을 보유하고 충당금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자 2분기 들어 저축은행 연체율이 5% 넘게 급등했고, 금융위는 지난 7월 저축은행이 우리금융F&I·하나F&I·대신F&I·키움F&I·유암코 등 5개 민간 회사에 무담보 연체채권을 매각하도록 길을 터줬다. 하지만 이들 회사들은 모두 규모가 크거나 담보가 설정된 기업대출 등을 매입하는 회사로, 매각 논의 시작부터 가격·규모에 이견이 발생했다. 민간 회사들은 최소 1000억원 규모의 무담보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저축은행에선 난색을 표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대상자로 선정된 민간 회사들은 무담보 채권 매입 업력이 없어 가격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얼마나 매입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저축은행들도 대부분 영세한 곳이 많고, 팔고자 하는 연체채권 규모가 적어 1000억원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연체가 발생한 사람이 언제 다시 빚을 갚을지 알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며 “그것까지 고려해 무담보 채권 가격을 산정하는 일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라고 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우선 여러 저축은행 채권을 모아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민간 회사가 원하는 규모로 연체채권을 묶어 팔아 넘기는 것이다.
상반기만 1000억원 적자…“연체율 더 높아진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저축은행 연체율은 더 높아지고, 그에 따라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선 그동안 저축은행이 벌어들인 돈으로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고 순익이 감소하면서 적자의 골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1년 전보다 2.73%포인트 급등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61%로 같은 기간 2.27%포인트 뛰었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려도 고정이하여신비율 규모가 더 크게 불어나면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 또한 95.4%로 지난해 말보다 17.9%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는 9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