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러시아 의회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안을 통과시킨 날 러시아 정부가 핵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를 둘러싼 핵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참관 아래 적의 러시아군이 지상, 해상, 공중 요소의 핵 억지력 훈련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훈련 중에는 실제 탄도·순항 미사일의 시험 발사도 이뤄졌다.
캄차카의 쿠라 훈련장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는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바렌츠해에서는 핵 추진 전략 잠수함 툴라로부터 시네바 탄도 미사일이 각각 발사됐다. 또한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는 공중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훈련 계획에 따라 적의 핵 타격에 대응하는 복합 핵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크렘린궁은 “훈련 기간 동안 계획된 임무가 완전히 완료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매년 가을 비슷한 훈련을 하지만,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진행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재 러시아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 비준을 철회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날 상원을 통과한 비준 철회 법안은 이제 푸틴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고 있다”며 비준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의회를 중심으로 CTBT 비준 철회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왔다.
러시아는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할 경우에만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시키기 위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종교단체 대표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인의 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라고 표현하며 “테러와의 싸움은 공동 책임이라는 악명 높은 원칙에 따라 수행될 수 없다. 이는 진정한 인도주의적 재앙”이라며 유혈사태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일부 세력이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중동 지역에서 갈등과 혼란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언급한 서방에 대해 “위선”, “이중잣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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