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회 논의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 (청문회 종료 여부를 두고) 여야가 논의 중”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임명 강행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만약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19번째 고위직 인사가 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인사청문 기한이 만료됐음에도 아직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서 부결된데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것을 ‘정치공세’로 보고 있다. 또, 현 정부에서 여가부 폐지 방침을 정한 만큼, 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또다른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주식 파킹 의혹, 코인보유 논란 뿐만 아니라 이른바 ‘김행랑(김행+줄행랑)’ 논란이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 말미에 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한 뒤 복귀하지 않았고, 여야는 이를 놓고 연일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 지명, 내달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소장 후임 인선 등이 남은 만큼, 윤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장관과 달리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수다.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잔뜩 곤두세운 눈치다. 이날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김 후보자와 같은 날 지명된 신원식 국방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 임명 절차가 모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신 장관과 유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한데 이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