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격 12년 만에 최고가…‘슈거 플레이션’ 우려

우유·맥주 등 가격 연이어 인상…연말 물가 상승 전망

설탕값 고공행진에 탕후루 가격도 오르나…원윳값 인상에 물가 ‘빨간불’ [푸드36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설탕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설탕을 안 쓸 수도 없는데 작년부터 값이 서서히 비싸져서 힘들었어요. 앞으로 더 오를까 봐 불안해 평소보다 더 많이 사뒀습니다.”

경기 시흥시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8) 씨는 치솟은 설탕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1만원 후반대이었던 백설탕 15㎏ 1포대를 최근 약 15% 오른 2만원 초반대에 구매했다. 그는 현재 3500원에 판매 중인 크루아상의 가격을 500원 올린 4000원으로 조정할 지 고민하고 있다.

9월 설탕 선물 가격 12년 만에 최고치…설탕 가격 고공행진에 ‘슈거 플레이션’ 우려

12년 만에 최고가를 찍은 설탕 가격에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설탕 선물(先物) 가격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종가 기준 t당 757.40달러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월 t당 50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가격은 3월 600달러, 7월 700달러를 돌파해 9월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도 설탕 선물의 최근 월물 가격은 4일 종가 기준 파운드당 25.93센트까지 올랐다. 전년 동일 종가가 파운드당 17.91센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약 45% 가량 오른 셈이다.

설탕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로는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인 인도, 태국, 브라질 등이 기후위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전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는 10월부터 가뭄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하자 자국에서 생산되는 설탕 수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통상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 설탕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최대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설탕값 고공행진에 탕후루 가격도 오르나…원윳값 인상에 물가 ‘빨간불’ [푸드360]
크루아상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설탕 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설탕을 원료로 하는 식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슈거 플레이션(슈거+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과자, 빵, 아이스크림, 탕후루 등 설탕 사용 비중이 높은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3) 씨는 “우유, 설탕 등 원재룟값 부담으로 두 달 전 마카롱 등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10% 정도 인상했다”며 “이미 한 번 가격을 올린 상태라 여기서 더 올리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比 3.7% 상승…국내·외 변수에 식품 물가↑

설탕값 고공행진에 탕후루 가격도 오르나…원윳값 인상에 물가 ‘빨간불’ [푸드360]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

설탕 값과 함께 원재룟값 상승 등으로 연말 물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3.7% 각각 상승해 5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식품은 밀가루·팜유·올리브유 가격 인상이라는 국외 변수에 10월부터 오른 원윳값이라는 국내변수까지 더해진 상태다. 4분기 경기는 곡물가는 소폭 하락하지만 국제유가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각 기업에 물가 안정을 위해 동참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핵심 원재료를 교체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4일부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50%를 원료로 한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국제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올리브유의 가격이 약 3.3배 증가해 부담이 커진 와중 소비자 가격 동결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BBQ는 설명했다.

원윳값 인상으로 우윳값 연이어 인상…맥주 등 주류업계까지 번진 가격 인상

설탕값 고공행진에 탕후루 가격도 오르나…원윳값 인상에 물가 ‘빨간불’ [푸드360]
2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유제품 코너에서 직원들이 우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편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이달부터 우윳값도 연이어 인상되고 있다. 서울우유와 남양·매일유업 등은 우윳값을 유통 채널별로 순차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대표제품 ‘나100%우유(1ℓ)’의 출고가를 이달 1일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기준 각각 3%와 4.9% 올렸다. 남양유업도 이달부터 대표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의 출고가를 약 4.6%, 기타 유제품은 평균 7% 수준에서 인상됐다. 매일유업은 국산 원유가 들어가는 제품에 한정해 ▷우유 4~6% ▷가공유 5~6% ▷발효유·치즈 6~9% 수준으로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올렸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까지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밀크 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도 예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유를 활용하는 아이스크림은 원유가격 연동제라는 물가인상률과 낙농가 생산비와 연동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릴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그간 맥주의 핵심 원료인 맥아의 꾸준히 가격이 상승했고, 국제 유가 급등, 물류비, 환율 상승 등 원·부자재 부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반 식당에서 판매되는 맥주 가격은 5000~6000원선이지만, 출고 가격이 오르면서 식당 판매 맥주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맥주업계에서는 이미 올해 초 가격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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