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위기…다음 의장 더 어려울 것”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
미국 하원 민주당 전원 208명의 찬성표에 공화당 의원 8명이 가세하면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축출됐다. 나머지 공화당원 210명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사실상 공화당원 96%의 지지를 받았지만, 4%(8명)의 반대자에 의해 밀려난 셈이다.
3일(현지시간) 매카시 의장은 본인의 해임가결안이 처리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 등 8명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당신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단지 화가 나있고 스스로도 갈피를 못잡는 그들은 보수가 아니다. 내가 속한 당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톰 콜 하원 규칙위원회 의장은 “게이츠 등 8명을 포함해서 의장을 몰아내기로 투표한 모든 사람들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그들은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으며 대안이 없다. 단지 혼란에 대한 투표였다”고 지적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공화당 저명 인사들도 게이츠 등을 당에서 내쫓을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도 이날 SNS를 통해 “공화당이 왜 민주당을 표적으로 삼는 대신 서로 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게이츠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로 통한다.
임기 중 물러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당한 매카시 의장에 대해선 국가를 우선시하는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록 매카시는 물러났지만, 최근 며칠 동안 위협적인 쿠데타를 다루는 모습으로 존경을 받게 됐다”며 “그는 지난 토요일 정부를 폐쇄하려는 세력으로부터 국가를 최우선으로 지켜냈고, 이날은 자신의 의장직을 구출하기 위해 민주당에 권력 공유 거래를 요청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리보다 정당을 더 중요하게 여긴 대가로 축출된 최초의 의장이 됐다”고 감쌌다.
블룸버그는 “9개월의 임기동안 매카시는 몇가지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다”면서 “그를 축출한 강경파들에 맞서 디폴트를 막아내는 초당적 부채 한도 패키지를 만들었으며,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민주당과 협상을 이뤄내 셧다운을 피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 의장은 게이츠를 비롯한 극우파가 매카시 의장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따르도록 강요하기 위해 사용했던 무기를 박탈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회는 3억3000만 이상의 미국인을 대표해야 한다. 8명에게 정부 업무에 대한 거부권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하원의장에 선출되기 위해 한 명의 의원 만으로도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CNN은 “최근 셧다운 위기를 두고 공화당은 ‘정부가 무너졌다’는 진부한 비유를 내놓았지만 정부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공화당이 망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화당 극우세력 ‘프리덤 코커스’는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졌고, 이제 공화당 내 정치 권력의 중심이 하원의장에게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폴리티코는 “매카시는 9개월동안 하원의장의 역사적 의미와 지위를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그는 한번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공화당 동료들에게 호의를 구했지만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매카시는 냉전이 끝나고 고르바초프가 나타나기 전에 나타났던 단명한 소련 지도자들 중 한 명과 같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의장 공석 상태에서 하원은 아무 일도 할 수 없기에 의원들은 이번주 워싱턴 D.C를 떠난다. 정부 운영 비용 지불에 대한 투표나 토론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국경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모두 불가능해졌다.
그나마 매카시 의장이 곧바로 재출마 포기 선언을 하면서 하원은 발 빠르게 새 의장 선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오는 11일 의장 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악시오스 등 매체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공화당 내 후임자로는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대표, 톰 에머 의원, 톰 콜 규칙위원회 의장, 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패트릭 맥핸리 의원, 케빈 헌 의원 등이 있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의원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소수당 대표가 의장이 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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