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하위법령 마련
입법예고 취소 후 재진행
검찰요청 시 대상서 제외
과징금 부과 절차 등 구체화
“행정-사법절차 간 조화로운 운영 고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하위 법령(시행령·업무규정) 개정안에는 형벌·과징금의 중복 부과를 방지하기 위한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구체적 절차 등이 담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한차례 입법예고를 냈다가 법무부, 검찰 등 관계기관과 회의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철회를 한 바 있다.
이번 입법예고는 기존 입법예고안이 취소된 지 약 한 달 만에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다시 마련된 것이다. 오는 11월 6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상위법 시행일인 내년 1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우선 벌금 등 형벌과의 중복 부과를 막기 위해 과징금 부과 절차를 명확히 했다.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검찰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뒤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불공정거래를 검찰에 통보한 후 검찰과 협의가 이뤄지거나 1년이 지난 뒤에는 검찰의 수사·처분 결과 통보 전이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단, 1년이 지나더라도 기소중지 등 수사·처분 지연에 합리적 사유가 있거나 금융위가 먼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최종 수사·처분과 배치될 우려가 있어 검찰이 요청하는 경우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수사의 기밀 유지를 위한 경우나 행정 처분(과징금)과 사법절차 간의 조화로운 운영을 위한 경우 등에는 과징금 부과 전에 검찰 등 사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위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으로 규정한 만큼 하위 법령에서는 총수입, 총비용 등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총수입에는 실현이익뿐 아니라 미실현이익, 회피 손실 등을 포함하기로 했고 총비용은 수수료, 거래세 등 매매 과정에서의 제반 비용으로 정의했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위반 행위 유형별로 구체적인 산정 방식도 규정했다. 위반 행위와 외부적 요인(시장 요인)이 불가분하게 결합한 경우 영향력을 고려해 시세 변동분 반영 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자진 신고 시 감면 범위와 기준도 구체화했다. 증거 제공, 성실 협조 등에 따라 과징금의 최대 100% 또는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불공정거래행위 참여를 강요하거나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는 감면해주지 않는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를 효율적으로 적발·예방하고 위반 시 이를 엄정 제재하기 위해 법무부·검찰·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방안”이라면서 “일반 국민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