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신도시보다 높은 자족용지 비율
자족성 위한 기업유치 인센티브 필요
용도 변경 등 통한 기능 강화도 요구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3기 신도시 조성 작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베드타운(퇴근 후 잠만 자는 주거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족시설용지 비율도 기존 신도시보다 높게 계획돼, 이를 채울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국토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선 ‘남양주 마석우3지구 택지조성사업’ 등 안건 원안이 의결됐다. 당시 해당 사업과 관련해 위원들 사이에선 베드타운 우려가 언급됐다. 해당 지구가 3기 신도시 사업은 아니지만, 이미 인근에 남양주 왕숙·별내지구 등 택지 개발이 몰려 베드타운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3기 신도시는 1기·2기 신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신도시로 꼽히는 판교 신도시를 벤치마크 삼아, 자족용지 규모는 기존 신도시 대비 늘었다. 자족용지는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의 자족 기능을 높이기 위한 용지로 도시형공장,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을 건립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발표된 LH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전체 면적 대비 자족 시설 용지 비율은 평균 16.4%다. 이는 2기 신도시 평균(6.7%), 동탄2신도시(5.4%)의 2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현재 수도권 상가 공실률 등을 고려하면 3기 신도시도 자칫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가 여전하다. 1기 신도시는 주거단지 위주 개발로 서울 중심 의존성이 상당하다. 이에 2기 신도시도 자족 기능 확충을 위해 계획 초기부터 노력해 특화구역 지정, 개발테마 설정 등이 이뤄졌다. 판교 테크노벨리, 동탄 첨단벤처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판교처럼 유수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사례도 있는 반면, 고양 삼송·파주 운정 등 수도권 외곽에 조성된 2기 신도시는 일부 자족용지가 장기간 미매각되는 등 자족성 확보가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족용지 공급을 늘린다고 자족성이 확대되는 건 아니란 시각이 늘고 있다. 이보다는 주요 기업 유치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신도시 개발 양상은 산업 개발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며 “아무리 정부가 계획하더라도 기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자족성은 갖추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관점 혹은 경제·산업 관련 부처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족용지를 산업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용도 변경 등으로 다양한 시설을 유치할 필요가 있단 분석도 나온다. 고양 삼송지구는 자족시설용지의 허용 용도를 확대해 스타필드를 유치했고, 하남 미사지구와 고양 원흥지구도 유사한 방식으로 각각 코스트코, 이케아를 입점했다. 국회에선 작년 9월에 3기 신도시 자족기능 활성화를 위해,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공공주택지구에서 행위 제한을 완화해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기존 신도시 산단과의 차별화도 주목된다. 수도권에는 여러 곳에 테크노밸리 등 도시 첨단산업단지가 추진돼 왔고, 유사 사업이 적지 않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LH는 3기 신도시 자족시설 용지에 대한 엄밀한 계획 수립, 차별화 등을 주문받았다. LH는 내년 12월까지 관련 조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족용지에 도시첨단산단을 중복 지정해 기업 세제 혜택 및 조성원가 수준의 토지 공급, 지자체와의 협업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기업 유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