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창홍’에 LG디스플레이 ‘투명 OLED’
본사 공급 사실조차 파악 안되는 공급망 교란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최근 SK하이닉스 의도와 관계 없이 메모리 반도체가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돼 업계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파악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부품이 탑재된 제품이 출시되거나 전시될 때까지 본사는 공급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중국 업체들의 도 넘은 ‘공급망 교란’으로 애꿎은 국내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중국 업체 ‘창홍’은 투명 OLED가 탑재된 55인치와 33인치 제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투명 OLED는 전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만이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탑재된 패널은 LG디스플레이의 것으로 밝혀졌으나 정식 납품은 아니었다.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창홍의 투명 OLED 제품 전시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투명 OLED는 상업용 디스플레이로 많이 쓰이다 보니 중국 내 소규모 업체들에 많이 납품된다”며 “현지 셋트 업체를 통해 들어가 창홍 제품으로 만들어져 전시까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자사 스마트폰용 D램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와 낸드플래시가 적용된 것을 두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어떻게 자사 반도체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게 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회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마이크론 칩도 화웨이 신형 폰에 들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 SCM(공급망 관리) 단계에서 제품이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SK하이닉스가 거래하는 업체들을 전부 조사해야 해서 경위 파악을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제3자 업체 통한 공급망 교란으로 국내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화웨이 논란이 일었던 지난 8일 전일 대비 4.05% 하락했다. 11일 1.93% 오르며 소폭 하락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미국 제재가 더욱 강화되면 중국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제3자를 통한 거래가 완전히 막힐 수 있는 등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술에 대한 중국 업체들의 지나친 베끼기도 여전했다. 올해 IFA 2023에서는 중국 업체 관계자들이 삼성과 LG 부스에 방문해 전시 제품 틈새를 벌려 사진을 찍는 등 도 넘은 기술 탈취 행위를 벌였다. 중국 업체 부스에서 삼성, LG의 제품과 동일한 디자인의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제품이 적지 않게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