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7일 인니·인도 순방 마무리…아세안 시장 개척
러·중 겨냥해 ‘책임’ 거론하며 북핵 대응 공조 압박
바이든과 하루 3차례 만남…기시다와 깜짝 정상회담
中리창과도 만나 51분 회담…한중일 협력 재개 의지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미일 3국 협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이를 토대로 아세안 신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거론하며 북핵 공조를 압박하는가 하면, 동시에 한중일 협력 재개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소화한 양자회담만 20건에 달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총력전이다. 여기에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한 리창 중국 총리와 한중회담을 가졌고, 예정에 없던 ‘깜짝’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하루 3번 만나 환담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 외교가 인도 태평양에서 글로벌 사회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자평했다.
11일 귀국한 윤 대통령은 5박7일간의 인도네시아, 인도 순방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G20 정상회의, 믹타(MIKTA,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다수의 다자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정상회의 일정 사이사이에는 숨 돌릴 틈 없이 양자회담들도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6일(현지시간)에는 쿡제도, 베트남, 캐나다, 말레이시아 ▷7일에는 캄보디아, 중국, 싱가포르, 라오스, 필리핀과 회담을 가졌다. ▷8일에는 인도네시아, ▷9일에는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코모로와 ▷10일에는 이탈리아, 일본, 독일, 모리셔스, 인도와 각각 정상회담을 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층 돈독해진 한미일 정상의 관계였다. 이번 아세안·/G20 정상회의는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후 처음 있는 다자외교 무대였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갖지는 않았지만, 지난 9일 하루 동안에만 바이든 대통령과 3차례 만나 친분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제 휴가지(캠프 데이비드)에서 함께 시간도 보냈는데, 귀갓길 저의 집으로 같이 갑시다”라고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양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 정상은 같은 날 저녁 갈라 만찬에서도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1시간30분 가량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깜짝 회담’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G20 뉴델리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6차례 만났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회담은 G20 정상회의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율이 이뤄졌다”며 “일본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회담에 대해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대신 온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북핵 공조를 압박함과 동시에 한중일 협력 복원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무기거래를 위한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한편, 협력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관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인구 대국이자 핵심 자원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중심으로 교역확대, 공급망 및 첨단기술 협력에 나섰다.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는 신수도 이전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 할랄식품 시장 진출 등에 대해, 한-인도 정상회담에서는 국방, 방산 분야 협력 방안과 양국 기업들의 통관 편의 개선 등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