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올해 무상증자를 단행한 기업 10곳 중 4곳이 무상증자 권리락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가 주가 부양을 위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기업별로 크게 달랐다는 의미다. 상한가를 기록한 일부 기업도 이후 주가가 급락해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10곳(중복 포함)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34곳이 무상으로 증자했다. 수정주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기업 5곳의 주가가 권리락일 당일 하락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13곳이 무상증자 전보다 주가가 하락했다.
라이온켐텍은 권리락일 12.94% 내리며 가장 크게 하락했고 디티앤씨알오, 아이센스는 각각 8.76%, 8.03% 내렸다. 나라셀라는 권리락일 당일 26% 넘게 오른 뒤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해 보합으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TYM이 1.36% 내려 가장 크게 하락했고, 삼일제약, JW중외제약, JW홀딩스, 엘브이엠씨도 하락 마감했다.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호재로 인식된다. 무상증자란 자본잉여금을 자본금 계정으로 이전한 후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이다. 유동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 거래가 활발해지며 가격 발견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할 만큼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가 상승은 권리락일 당일 발생한다. 권리락일이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는 날을 의미한다. 기업 가치는 그대로이므로 한국거래소는 권리락일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다. 이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 매수세가 몰리게 되고 권리락일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무상증자한 기업 34곳 중 7곳이 권리락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영풍제지, 미래산업이 가격 제한선 상단에 도달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이아이테크, 삼기이브이, MDS테크, 엑스페릭스, 휴마시스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특히, 엑스페릭스는 권리락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미래산업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후 다음 날에도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상한가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엑스페릭스는 연속 상한가 이후 하한가로 직행한 뒤 주가가 크게 내렸다. 권리락일 전날 종가는 1만1600원(수정주가 기준)에서 2만2550원까지 치솟았고 지난 1일 1만원선으로 떨어졌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상증자로 더 많은 주식을 나눠줄수록 권리락이 심해지고 투자자들이 더 많이 유입돼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북돋우려는 테마성 이벤트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