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 ‘술방’ 인기에 지상파 ‘음주 방송’ 이어져

시청자 악영향 우려…“가이드라인 재정비해야”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술방’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선 최근 5주 연속 출연자의 음주 장면이 방송됐다.

청소년도 시청할 수 있는 ‘15세 이용가’지만 7∼8월 8차례 방송 중 7개 회차에서 출연자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다. ‘낮술’은 물론 ‘아침술’을 마시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출연자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노출시키고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콘셉트로 보이지만 무분별하게 음주 욕구를 자극하고 청소년의 잘못된 호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학원생인 이모(34)씨는 “평소에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데 방송에서 운동처럼 몸 쓰는 일을 한 뒤에 맥주를 들이켜는 걸 보고 ‘나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라며 “음주 장면이 자주 나오다 보니 재미를 위한 요소로 웃어넘기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있는 부모의 걱정은 더 크다. 경기 성남시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홍모(40)씨는 “한 번은 열다섯살인 딸이 내게 술을 마셔봤는지, 주량은 얼마인지 묻더라”라며 “TV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에서 음주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씨는 “알코올 섭취의 나쁜 점이 많은데 미디어에는 좋은 점이 부각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방송이 음주·흡연·사행행위·사치·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히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끈 이른바 ‘술방’을 지상파에서도 차용하면서 경계가 무너지는 셈이다.

전문가는 TV 방송이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브 등 OTT를 따라간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OTT와 ‘숏폼’ 콘텐츠에 음주나 흡연, 욕설이 그대로 나오는데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요즘에는 기존 방송도 여기에 편승하는 모양새”라며 “음주 장면에서 ‘진솔’, ‘솔직’, ‘인간적’과 같은 단어를 방패막이로 삼지만 결국 음주 문화에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현재 음주 콘텐츠 등을 강력히 제재할 수단이 없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는다”며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업데이트하듯 음주에 관한 방송 가이드라인도 재정비해야 한다. 약간의 강제성도 부여해 이를 더 준수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