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로퍼, 엔카 8090년대 출시차 판매 1위 기록

정몽구 명예회장, 故 정주영 창업주 역사 깃든차

2010년 후 리스토어 바람…인기몰이 계속될 듯

힙스터 바람 타고 30년만에 인기폭발…‘정주영 애마’ 어떤 차길래? [여車저車]
정주영(왼쪽) 현대그룹 창업주와 현대차 갤로퍼.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애마, 정몽구 현대자동자그룹 명예회장의 역작.

현대자동차 갤로퍼가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1980~90년대 출시된 상품이 ‘힙(Hip)스터’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영향이다. 올드카는 과거 세대에겐 높은 희소가치와 향수를, MZ세대에겐 남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오래 전에 인기있던 모델들이 다시 소비의 중심에 서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1980~1999년식, 2000~2010년식으로 구분해 1월부터 7월 기간까지 신규 등록된 ‘톱10’ 모델을 분석한 결과 1980~1999 연식 자동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올드카는 1위가 현대차 갤로퍼, 2위가 현대차 갤로퍼2로 나타났다. 기아 프라이드와 현대차 그랜저, KG모빌리티(구 쌍용차) 지프가 뒤를 이었다.

엔카는 “80~90년대는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주류로 자리 잡았던 시대”라면서 “갤로퍼와 코란도 등 뛰어난 내구성과 파워풀한 성능을 가진 SUV 모델들을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한 거래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화제의 중심엔 갤로퍼가 있었다. 일부 MZ세대 연예인이 직접 구매해 방송에서 공개하며 화제다.

갤로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현대정공 사장)이 4륜구동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출시한 차량이다. 당시 현대정공은 항공기, 공작기계 등 기계산업 분야에 주력하던 기업이었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이 이끌던 현대자동차는 승용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이 신시장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출시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8년 이른바 ‘J카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89년부터는 마북기술연구소에서 실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 시제차를 1990년 생산해 미국 현지에서 소비자 반응을 살폈고, 성능·기술·디자인 면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혹평을 받자 일본 미쓰비시의 디젤 지프 차량인 ‘파제로(Pajero)’를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탄생한 것이 갤로퍼다.

힙스터 바람 타고 30년만에 인기폭발…‘정주영 애마’ 어떤 차길래? [여車저車]
현대차 갤로퍼. [헤럴드DB]

4륜구동 자동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차체 구조가 복잡하고 높은 내구성이 중요하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혼다, 토요타 등 글로벌 유명 업체들이 앞서나가고 있어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파제로는 1990년대 중반까지 렉서스 LS, 혼다 NSX와 더불어 일본의 3대 명차로 꼽히던 차였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미쓰비시의 면허생산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부품과 차체 개발은 현대정공의 고유 기술력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1991년 9월 16일, 1호 갤로퍼를 세상에 내놨다. 처음에는 디젤 롱바디 모델을, 11월에는 자동변속기 모델을, 12월에는 터보 디젤 엔진 롱바디 모델을 출시했다.

갤로퍼는 1991년 약 3개월 동안 무려 3000여 대 가까이 판매고를 올리며 쌍용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가 독점하던 4륜구동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1992년에는 총 2만4000여 대가 판매되며 국내 4륜구동 시장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2003년까지 12년간 국내에서 생산되며 효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현대그룹 창업주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특히 좋아했던 차로 유명하다. 정주영 창업주는 충남 서산 천수만에 농지를 만드는 간척사업 당시 개인 차량으로 갤로퍼를 가져와 직접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000년대 이후 중고차 시장에서는 SUV가 아닌 세단과 경차 모델이 인기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0~2010연식 매물 중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모델은 기아 뉴 모닝이었다. 이어 2위는 현대차 YF쏘나타,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제네시스, 뉴 SM3가 뒤에 포진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들이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현재에 와서 다시 판매되는 현상”이라면서 “2010년대 이후 자동차 리스토어 시장이 점차 커져나가는 모습이라, 올드카 선호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힙스터 바람 타고 30년만에 인기폭발…‘정주영 애마’ 어떤 차길래? [여車저車]
엔카에 등록된 리스토어를 마친 갤로퍼 매물. [엔카닷컴 제공]
힙스터 바람 타고 30년만에 인기폭발…‘정주영 애마’ 어떤 차길래? [여車저車]
엔카닷컴 자동차 인기순위 [엔카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