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2023 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여성 선수에게 강제 키스를 해 논란인 가운데,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 코치들이 회장의 행동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27일(한국시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여자 대표팀 코치들과 다른 연령별 대표팀 코치 6명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스페인 여자 대표팀에서 빌다 감독을 보좌한 5명의 코치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규탄하며 동반 사퇴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회장의 행위를 단호하고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회장은 ‘공격의 피해자’라고 말한 에르모소의 느낌을 어떤 식으로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회장 용납할 수 없는 태도와 발언에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남자 대표팀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도 “루비알레스 회장은 축하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는 이후 “처벌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탄하며 노동조합인 풋프로(Futpro)와 에이전트를 통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에 스페인축구협회는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거짓말을 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FIFA(국제축구연맹)은 지난 26일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를 내리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는 빌다 감독은 사표를 내지 않았다. 빌다 감독은 대신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스페인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의 성과가 심각하게 해를 입은 게 유감스럽다”라며 “현재의 발전된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마초적인 행위를 비난한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과 존중의 모범이 되는 축구의 활성화를 위한 책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빌다 감독과 루비알레스 회장은 깊은 유대감을 자랑해왔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 15명이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에 반발하며 보이콧에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빌다 감독은 당시 반기를 든 15명 가운데 12명을 제외하고 이번 월드컵에 나서 우승까지 지휘했다. BBC 등에 따르면 빌다 감독은 25일 열린 스페인축구협회의 임시 총회 자리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사회적 암살”이라고 연설할 때 손뼉을 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