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원→4만원, 말이 돼?” 다이어트식품 폭등…‘살 빼기’도 힘들다  [지구, 뭐래?]
빈 스리라차 소스병. 481g 한 병에 9000원이던 이 소스는 현재 약 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독자 제공]
“9천원→4만원, 말이 돼?” 다이어트식품 폭등…‘살 빼기’도 힘들다  [지구, 뭐래?]
빈 스리라차 소스통(왼쪽)과 스리라차 소스 판매 사진 [독자제공·인터넷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4만원 가격 보고 눈을 의심했어요.”

경남 창원시 거주하는 정모(30) 씨는 최근 인터넷쇼핑몰에서 ‘스리라차(Sriracha)’ 소스 481g을 3만9760원에 구입했다. 지난번 같은 양의 소스를 구입할 당시의 가격은 약 9000원. 불과 몇 달 사이에 4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요즘 크게 유행하는 다이어트식품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4배 이상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이어터 사이에선 요즘 난리가 났다. 이렇게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다름 아닌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 탓이다. 작물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당연히 가격도 급등세다.

정씨는 “하루에 20g씩, 함께 다이어트 중인 어머니도 60g씩은 먹고 있다. 이런 식이면 일주일이면 바닥을 볼 양”이라며 “스리라차 소스 가격이 너무 올라 다이어터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고 토로했다.

“9천원→4만원, 말이 돼?” 다이어트식품 폭등…‘살 빼기’도 힘들다  [지구, 뭐래?]
스리라차 소스 구매 화면. [독자 제공]

스리라차 소스는 매운맛을 기본으로 단맛, 짠맛 등이 섞인 칠리소스다. 원래 동남아식 쌀국수나 샌드위치 등에 뿌려먹는 소스지만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어떤 음식에든 매운맛을 더하는 필수 양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스리라차 소스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자극적인 맛에도 열량이 낮은 데에 있다. 스리라차 소스의 원조로 통하는 수탉 모양 상표가 그려진 ‘후이펑’의 경우 5g당 5㎉(칼로리) 미만으로, 사실상 ‘0칼로리’다.

닭가슴살이나 양상추, 두부 등 밋밋한 다이어트요리에 스리라차 소스만 뿌려도 자극적인 맛을 즐길 수 있어 다이어터 사이에선 ‘다이어트에 허락된, 유일한 소스’로 불린다.

스리라차 소스 가격이 오르면서 다이어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싸게 구입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곽모(26) 씨는 “스리라차 소스를 아끼려 다른 소스랑 섞어 먹었다가 트레이너에게 혼이 났다”며 “소금, 후추를 제외하면 스리라차 소스만큼 칼로리 적고 맛있는 소스가 없어서 ‘가성비 다이어터’에게 대체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털어놨다.

“9천원→4만원, 말이 돼?” 다이어트식품 폭등…‘살 빼기’도 힘들다  [지구, 뭐래?]
가뭄으로 갈라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의 한 농토. [로이터]

스리라차 소스 가격 폭등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에서 비롯됐다. 이 소스의 주원료는 붉은 할라페뇨로, 주로 겨울에 멕시코 등지에서 재배된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등지에 최근 몇 년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확이 중단되다시피한 상황이다. 스리라차 소스의 제조사 후이펑은 연 5만t 이상의 할라페뇨를 사용한다.

특히 멕시코 지역의 가뭄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연기후변화(NCC)는 지난해 멕시코 북부의 가뭄이 1200년 만에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1960년대 댐이 건설되면서 모습을 감췄던 교회 건축물이 전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2020년부터 해마다 최소 한 차례 인공 강우 작업을 진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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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호우로 인해 채소류 도매가격이 크게 오른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경동시장에 상추가 진열돼 있다. [연합]

기후 변화로 인한 다이어트식품 가격 상승은 스리라차 소스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폭우의 영향으로 상추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달 청상추 가격은 4주 전보다 398.7%, 적상추는 343.8%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추 도매가격(4㎏·상등급 기준)이 15만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다이어터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닭고기 소매가격은 ㎏당 6532원으로, 지난해 7월(5670원)보다 12.0% 올랐다. 닭고기 가격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사룟값 부담이 커지면 양계농가에서 닭 개체 수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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