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올여름 내내 이어진 폭염의 영향으로 전국의 바다 수온이 30도에 육박했다. 20도 안팎의 차가운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광어나 우럭 등 양식어류도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25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해 서부, 남해 동부 연안, 남해 동부 내만인 가막·도암만에 지난 22일 오후 3시부로 내려진 ‘고수온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해역의 수온은 28~30도다.
고수온 경보는 28도 이상의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했을 때 발표된다.
경기·인천 연안과 전남 서남해 외측을 제외한 국내 전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이중 경남 사천·강진만, 전남 흑산도 해역은 25.6~27.5도로, 수온 상승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 바다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전남 여수 나진해역이다. 나진해역의 수온은 29.5도(24일 기준)다. 22일 30.2도, 23일 30.0도를 기록하는 등 30도를 넘어선 뒤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만 수온은 27.9도 수준이었다.
이 같은 고수온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오후부터 주말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폭염 특보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호우 영향을 벗어난 해역부터 수온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양식어장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양식장이 집중된 경남 통영, 거제 등에서는 이달 들어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류 폐사 신고가 50여건 들어왔고 약 400만마리가 폐사했다.
이같이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양식어류 폐사는 해마다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남도 등에 따르면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한 건 2012년이 처음이다. 당시만 해도 폐사한 어류는 약 165만마리였으나 2016년에는 700만마리를 넘어섰다. 최악의 피해로 남은 2021년에는 1042만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했다. 양식업계에서는 올해, 2021년의 피해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다가 끓어오르는 건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올해 최고 기록이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에 따르면 7월 말 세계 해수면(극지방 제외) 평균 온도는 섭씨 20.96도로 집계됐다. 직전에 바다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16년 3월 29일(20.95도)다.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도 20년 만에 기록을 넘어섰다. 코페르니쿠스의 자료를 분석한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지난 7월 24일 지중해 해수면 온도가 28.71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서는 바다 온도가 온탕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남쪽으로 64㎞ 떨어진 바다에서 수심 1.5도 부표에서 측정한 수온이 약 38.4도를 기록했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의 온도를 측정하지는 않지만 기상학자들은 미국 플로리다 바다의 온도가 현재까지 가장 높은 온도로 기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평균 해수면 온도가 이미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