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며, 불순물인 황화구리가 마치 초전도체처럼 보인다는 내용을 발표해 지난 17일 관련주들을 하한가로 끌어내렸다. 마침 이날 하루 거래정지를 맞은 덕성과 파워로직스 주주들은 당장의 소나기는 피했지만 18일 증시 개장을 두려움 속에 지켜보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서남, 원익피앤이, 국일신동, LS전선아시아는 가격제한폭(-30%)까지 떨어졌다. 서원(-28.70%), 고려제강(-22.22%), 모비스(-21.50%)도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들 종목을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순매수로 맞섰다. 신성델타테크만 유일하게 코스닥시장에서 15.19% 급등 마감해 강세를 이어갔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뒤에도 강세를 이어간 덕성과 파워로직스는 전날 하루 거래가 정지되면서 극적으로 주가 급락을 피했다. 덕성과 파워로직스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 “거래정지 덕에 하한가를 피했다. 17일 하루는 강건너 불구경했는데, 18일이 걱정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과학계가 LK-99의 퍼즐을 푼 것 같다. 과학적 탐정 작업을 통해 이 물질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고 실제 특성을 명확히 밝혀냈다”면서 “구리, 납, 인, 산소의 화합물인 LK-99가 상온과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라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처는 이 물질의 불순물, 특히 황화구리가 초전도체가 나타내는 특성과 유사한 전기 저항의 급격한 저하 및 자석 위에서의 부분 부상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한국 연구팀이 LK-99의 두 가지 특성으로 자기부상과 저항의 급격한 감소를 꼽았으나 중국 베이징대와 중국과학원,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실험적 증거와 이론적 증거를 결합해 LK-99의 구조에서 초전도가 구현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다만 호주 멜버른모나쉬대의 물리학자 마이클 푸러는 “한국 연구팀이 샘플을 공개하면 추가적인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 여지를 남겼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전날 초전도체 등 테마주 과열 현상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테마주는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결국 투자자가 손실을 얻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빚투를 했을 경우에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일단 올라갈 주식이 올라가는 건 큰 문제는 없지만, 불공정거래나 시장교란 행위에 관련해서 문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크게 과장하거나, 리딩방·SNS 등에서 허위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