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⑨
[헤럴드경제(호주 탕갈루마)=함영훈 선임기자] 브리즈번 앞바다 모튼섬의 탕갈루마 빌리지에 야생돌고래 먹이주기(feeding)가 ‘세계여행의 버킷리스트’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이 섬에는 신비스럽게도, 돌고래 호수(Dolphin Lake)가 있었다.
탕갈루마 빌리지의 북쪽해안선 인근, 고래 처럼 생긴 모튼(Moreton)섬 북서쪽의 고래 턱 쯤 되는 곳에, 이 돌고래 호수가 브리즈번 내륙과 다리로 연결된 브라이브섬 우림(Woorim) 비치을 마주보고 있다.
이곳에서 ‘야생돌고래에 짧은 시간 내 믿음주기’를 해보기 위해 전문가 교육 등 1시간 가까이 배우고 기다리며 체험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기존에 익숙해져 있던 동물 ‘길들이기’가 인간 중심적인 이기적 과정임을 반성하게 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길은 사람의 우정 처럼, 야생동물과 인간인 나, 둘 사이도 역지사지 배려하고 서로를 믿는 것이라는 고귀한 진리를 탕갈루마 돌고래 먹이주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특히 6년간의 기나긴 상호 탐색으로 확인한 신뢰가 ‘짜릿한 첫 접촉’을 거쳐 30여년의 굳건한 탕갈루마 우정으로 정착되는 과정은 마치, 사랑만들기 과정이 워낙 더뎌 ‘10회차쯤 남녀 주인공 둘이 손만 잡아도 짜릿하다’고 글로벌 팬들이 논평하던 ‘K-드라마’를 닮았다.
▶돌고래 족보= 뷰티, 보보, 팅커벨(전편 기사, ‘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의 버킷리스트’ 참조) 일가족의 ‘탕갈루마 우정’ 쌓기가 4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식구도 점점 늘어갔다. 지금은 오지 않는 가족, 아직 사람들한테 다가와주는 가족을 합쳐 40년간, 총 22마리이다.
사망한 것으로 심증을 굳힌 돌고래를 제외하곤 12마리가 제티선착장 입구 출석부에 적혀있고, 멤버를 바꿔가며 하루에 5~8마리가 온다. 9마리가 오는 날엔 낯선 아이가 있는지 살피는 시간을 갖는다.
탕갈루마에서 인간과 우정을 처음으로 쌓았던 뷰티(에릭)는 40년 안팎인 돌고래 수명을 다해 꽤 오래전 사망했다. ▶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⑧ 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함영훈의 멋·맛·쉼] 참조
뷰티가 언젠가는 오겠지, 오겠지 하다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녀가 천국으로 갔음을 깨닫고, 촌장 베티 오스본과 탕갈루마 에코 레인저(Eco Ranger)들은 뷰티 얘기가 거론될 때 마다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31세 에코가 최 연장자이다. 그는 늘 뷰티 할머니가 찾던 1번 레인을 고집한다. 1번 레인은 피딩참여객들이 도열한 쪽이 아닌 관중석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뷰티의 원래 이름 ‘에릭’의 메아리(echo) 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에코는 가장 현란한 재주를 인간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고속 스크류 수영이 그의 장기.
뷰티-팅커벨의 손자 혹은 자식인 스톰, 루나, 칼립소, 스카우트, 베스의 자손인 라니, 나리 등 총 12마리의 장난기 많은 야생 남방큰돌고래들이 번갈아 방문한다.
나리는 예전에 상어에게 물려 부상을 입던 날, 늘 그랬던 것 처럼 탕갈루마에 놀러와서 에코 레인저에게 “오빠, 나 아퍼”라는 듯이 응석 부리더니, 치료를 받은 다음 건강을 되찾았다.
▶부자연스러움 버린, 자연스러운 우정의 감동= 오다가 안오는 고참 돌고래들의 추억은 오스본 공동체에 아련히 남아있다. 늘 오던 아이들 말고 새로운 돌고래가 오기도 하는데, 완전히 친해져 착한 돌고래와 착한 사람들 사이의 교감 질서를 익힐 때 까지는 피딩을 하지 않는다.
초창기 멤버인 뷰티, 베스, 팅커벨, 샤도우의 직계 자식일 경우, 비교적 적응이 빠르다. 에코 레인저들은 평균수명에 근접해 가는 독신남 에코가 오래오래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희한하게도 에코의 컨디션이 좋으면 다른 후배 돌고래 일행의 재롱에도 신명이 느껴진다.
동물보호협약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동물원 식 재롱은 절대 볼 수 없다. 그 반대로 야생에서 스스로 익힌 매우 자연스러운 재주, 아쿠아리움에선 볼수 없는 신기한 동작들, 그들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재롱들을 보여주기에, 그 진정성 때문에 보는 사람의 감동은 더 크다.
탕갈루마 에코 센터(Tangalooma Eco Centre)는 1994년 돌고래 먹이주기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모범사례 관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다양한 해양 교육 및 보존 프로그램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보람찬 프로그램을 론칭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에코 레인저팀은 모든 연령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다양한 에코 워크, 크루즈, 투어 및 프레젠테이션을 해준다. 에코센터에서 제공하는 모든 투어는 주변 생태계와 환경 보존을 위해 상호 작용하며 교육하도록 고안되었다.
▶민관 협력= 6년동안 야생 돌고래와 조심스럽게 우정을 쌓았던 리조트 운영진들은 1992년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것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퀸즐랜드주 정부에 연락을 했고, 많은 연구와 심사숙고 끝에 정부에 돌고래와 사람들 사이의 지속적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지침을 포함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는 돌고래들이 야생성을 유지하여 계속 사냥할 수 있도록 각각의 돌고래들에게 하루 필요량의 10%에서 20%의 먹이를 주는 것을 포함한다. 인간이 먹이를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생태의 질서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주 정부는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은 현재 전 세계 야생 동물 먹이주기를 허가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1992년 12월, 탕갈루마 스태프가 아닌, 손님들에 의한 돌고래 먹이주기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 때 부터 탕가루마 빌리지의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시드니에 지나치게 편중된 호주여행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탕갈루마의 이 감동을 모른다.
탕갈루마 리조트(TANGALOOMA ISLAND RESORT)를 경영하는 오스본 패밀리는 섬 환경 보호와 보존을 위해, 신뢰에 기반한 동물과의 교감을 호주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배려깊은 연구와 순찰, 개선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1980년 27명이던 탕갈루마 빌리지 가족이 현재 350여명으로 늘어났고,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 야생돌고래와의 우정 만들기 프로그램 때문에 탕갈루마 리조트는 23만명 이상의 페이스 북 팔로워로 호주 휴양섬 중 최고 인기를 누린다.
요즘 뜨는 호주 3대도시 브리즈번에서 아주 가까워 데이 투어(당일 여행)로 와도 좋고, 다양한 옵션의 숙박시설에 머물며 오래 즐길 수도 있다.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2023.8.7. ①포근하게, 짜릿하게..애들레이드의 매력 ②애들레이드, 첫 다문화 자치도시의 정감 ③애들레이드 남호주 오션로드 700㎞ 비경
▶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2023.08.15. ⑤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⑥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 고택이 주는 작은 평화 ⑦남호주 해상마차 타봤니..코알라 안아주기는?
▶2023.8.17. ⑧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 ⑨K-드라마 같은 탕갈루마 야생돌고래-인간 40년 우정 ⑩퀸즈랜드 탕갈루마 바다 15척의 난파선, 보물선? ⑪탕갈루마섬 사막 질주, 펠리칸 대화..BTS 아미도 ⑫퀸즈랜드-탕갈루마, 우영우 혹등고래 가장 역동적
▶2023.8.20. ⑬브리즈번 ‘퀸즈워프’와 올림픽 준비 현장 가보니.. ⑭브리즈번 강남스타일- 사우스뱅크 르네상스 ⑮브리즈번 스토리대교, 낮엔 오르고, 밤엔 취하고.. (16)파란만장 보타닉과 더 밸리의 나이트 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