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⑮
[헤럴드경제(호주 브리즈번)=함영훈 선임기자] 호주 퀸즈랜드의 주도 브리즈번시를 남북으로 가르는 브리즈번강 줄기는 큰 개천이 여러 차례 휘돌아 나가는 모양새이다. 지도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S라인이 형성돼 있고 그 옆에 브리즈번 도심이라 할 수 있는 W라인이 연결돼 있다.
S라인과 W라인이 만나는 지점 중 강남지역에 문화예술 미식 강변 엔터테인먼트가 밀집된 사우스뱅크 파크랜드가 있고, 그 건너 강북지역은 브리즈번의 미래 비전 퀸즈워프와 빅토리아시대 헤리티지 건축물들, 마천루 빌딩숲, 시청, 퀸즈스트리트몰, 윌리엄스트리트, 시티마켓 등이 포진한다. W라인 한복판, 꼭지점 부분에 이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스토리브리지가 남북으로 놓여있다.
▶브리즈번 S-W 리버라인과 스토리 브릿지= 낮에 스토리브리지는 특별한 모험의 장소가 된다. ‘스토리 브릿지 어드벤처 클라임(Story Bridge Adventure Climb)이다.
브리즈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강철 캔틸레버 다리 꼭대기에서 수려한 도시를 조망해 보는 일은 다른 세계적 도시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퀸즈랜드 관광청은 2005년부터 시작된 스토리 브릿지 어드벤처 클라임은 브리즈번을 발견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자 차별화된 모험이라고 단언한다.
모든 등산객에게는 옷 위에 입을 수 있는 완전히 밀폐된 등반복과 몸을 이 다리 프레임과 연결하는 고리 등 장비가 제공된다.
1088계단을 통해 현수교의 꼭지점으로 올라 다시 내려갔다가 현수교 프레임을 가로지른뒤 다시 정상부에 올라 가이드의 인문학 해설을 듣는다. 100분 안팎 소요된다.
캔틸레버 두 개의 삼각 꼭지점 중 강북 방향에서 진행되는데 강물로부터 80m 꼭대기에 오르면 발 아래로 브래드필드 하이웨이 차량들이 빠르게 오가고, U자형의 강물위로 유람선과 카약 등이 여유롭게 떠다닌다. 이 다리는 매일 차량 10만대가량이 지나간다.
그리고 브리즈번 강북의 초고층 빌딩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뿌듯함도 챙긴다. 멀리로는 북쪽 글래스하우스 산, 남쪽의 세계 유산 골드코스트 힌터랜드까지 볼 수 있다.
1940년 개통된 이 다리는 다문화 상가이자 젊음의 거리 ‘포티튜드 밸리’와 물길이 휘돌아 나가면서 형성된 절벽 윗마을 ‘캥거루 포인트’를 연결한다.
브릿지 이름과 관련해, 영국 조지5세왕의 본명인 주빌리 다리로 이름 붙이는 것이 기정사실화됐었지만 분노한 시민들의 요청으로 바뀌었다.
당시 호주가 파병한 장병들에 대한 영국의 홀대, 일본의 위협 가능성(이후 북부 다윈 폭격으로 호주군 1만명 사상)에 대한 영국의 외면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고, 교량 작업 중 24시간 철야노동을 하면서 사람이 몇 명 순직하는 등 당시로선 첨단공법으로, 목숨 바쳐 건설한 주역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건설 실무책임자인 스토리 씨의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2015년엔 다리 양쪽에 3m 높이의 자살방지 안전 장벽을 설치해, 비극의 가능성을 지웠다.
밤이 되면 다시 변신한다. 보라빛이 감도는 화려한 조명을 몸에 휘감은 스토리브릿지의 밤 풍경은 세계최고의 다리 야경 중 하나이다.
거대한 조명이 두 개의 산(山) 모습을 연출한 가운데, 현지인과 여행자들은 다리 아래 긴 강둑 식당가에서 ‘다문화 미식’이나 맥주,와인을 즐기면서, 방탄소년단(BTS)이 생각나는 ‘보라해’ 스토리 브리지, 강 옆에 불 밝힌 마천루 빌딩의 화려함, 강을 떠다니는 낭만적인 밤 유람선을 구경하며 취한다.
▶퀸 스트리트 몰= 브리즈번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중심적 기능을 하는 헤리티지구역-시청사-퀸 스트리드 몰이다.
문화-관광-미식-공공서비스를 망라하는 미래 비전 ‘퀸즈워프(Queens Wharf Brisbane)’ 오피스가 있는 트레저리 헤리티지 호텔과 헤리티지 호텔 브리즈번의 고색창연한 기풍 사이에 펼쳐진 잔디밭에는 휴식을 즐기는 여행자와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퀸 스트리드 몰을 거쳐 시청 청사를 거쳐 시티마켓을 돌아오는 길에선, ▷빅토리아 시대 건물, 최첨단 디자인 건물, ▷옛 건물을 현대적 아케이드로 꾸민 신구 혼합형 ‘온고지신’ 건축물, ▷거대한 차양을 예술적으로 배치한 시장내 전통 아케이드 골목 등을 구경하게 된다.
조지 거리에서 에드워드거리 까지 500m 가량 이어진 퀸 스트리트 몰은 4만㎡의 면적에 6개의 주요 쇼핑 센터, 미식골목 등을 갖추고 있다. 100여년의 상업활동은 있었지만, ‘보행자 전통 장터’로서의 기능은 1982년 브리즈번 영연방 대회를 계기로 꽃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윈터가든(1982년 개장), 업타운(1988년 개장), 브로드웨이 온더몰 (1989년 개장), 호화로운 컨셉트의 퀸즈플라자 등 쇼핑센터가 있다.
윈터가든은 체육관, 볼링장, 힐튼 호텔, H&M, Zara 등 70여 패션, 건강, 휴식시설이 밀집돼 있고, 가장 큰 업타운은 콜즈, 타겟, 이벤트홀, 시네마 등 130개 업소가 6개 층에 걸쳐 입주해있다. 퀸즈플라자는 럭셔리 쇼핑 담당이고, 브리즈번 아케이드와 태터솔 아케이드는 호주 전통적인 것들을 만나는 곳이다.
예술적으로 높이 걸린 거대 차양막은 알고보니 2009년 조지 거리~앨버트 거리 사이의 점포 골목 위를 장식한 ‘버넷 레인(Burnett Lane)’으로 부티크 바와 레스토랑들로 북적인다.
다시 트레저리 호텔 브리즈번 쪽으로 나오면 시티마켓 노점상가와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을 연상케하는 고층빌딩이 대조적으로 공존한다. 트레저리 호텔은 스페인의 문화유산호텔 ‘파라도르’ 같은 것이다.
▶세계 모든 문명의 핵심 매력을 모아둔 시청사= 브리즈번 시청사는 퀸 스트리트 몰 아치형 출입구 가까이에 있다. 지어진지 9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옛 양식을 따르려 했음이 역력하다.
대칭적 바로크 양식을 따른 듯 하면서도 기둥들은 그리스양식 중 우아한 이오니아, 화려한 코린트식을 섞었다. 정문의 청동문과 청동 차양에서는 고대 왕궁의 일부를 보는 듯 하다.
중심부의 로마 판테온을 모방한 강당도 볼거리이다. 최대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리 돔에는 8500개의 조명이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청사의 상징은 지상에서 87.5m 높이에 있는 시계탑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시계탑 디자인을 기반으로 했다. 차임벨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방식을 차용했다. 시계 위에는 승강기로 접근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브리즈번 사방을 조망한다.
1930년이면 인류가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인류가 2000년간 가꿔온 건축기술의 정수를 모아 폼 좀 잡으려 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울러, 비록 신흥국이지만 오랜 역사문화를 지닌 국가 못지 않은 품격을 지니려는 의지도 읽힌다. 원주민이든, 서양에서 왔든, 동양에서 왔든, 모든 호주 국민들의 고향은 수천년 역사를 지닌 곳들이었으니까, 이런 동서고금 토털 디자인을 구사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
조지 5세 동상, 두 마리의 사자 조각이 시청을 지키고, 킹 조지 광장을 마주한다. 킹 조지 광장은 퀸즈랜드주의 아크로폴리스이다. 한국 탐방단이 방문했던 8월초에도 100여명의 시위대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기 목소리를 낸다. 경찰은 인내심을 갖고 이들이 안전하게 집회하기를 당부한다.
이런 모습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으로 자유와 여러집단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호주의 정치문화를 말해준다.
호주를 250년 된 국가로 착각하는 것은 원주민에 대한 모욕이자, 호주 국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민자 고향의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주의 내공은 수천년 짜리라고 보면 된다.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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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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