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여자월드컵 개최지 호주여행(16-끝)
[헤럴드경제(호주 브리즈번)=함영훈 선임기자] 브리즈번은 인구 230만의 대도시인데 22개의 중-대형 녹지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대도시에 돈을 벌기 위한 빌딩과 아파트 짓는데 몰두했겠지만, 세계 최고 에코(Eco) 국가, 호주는 역시 달랐다.
브리즈번의 공원 중 최고는 도심 보타닉가든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지리산 청학동 같은 맑은 공기를 마실수 있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기에 배울 것도 많으며, 왜 이렇게 배치했는지, 왜 가든에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 있는지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마음이 가는 브리즈번 보타닉 역사= 브리즈번 강북 도심 마천루 밀집지역 남서쪽 바로 옆에는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크기 만한 보타닉 가든이 있다.
시민과 여행자들은 브리즈번 강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도심 청정 녹지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한다. 연인들은 분수대 물줄기 뒤에 숨어서 속삭이기도 하고, 중년 샐러리맨은 대형 소철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이 시민과 여행자의 휴식터가 되기 까지 200년 역사를 돌아보면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1825년부터 농장이었다가 3년뒤엔 영국 정부에 의해 강제 이민 온 사람들의 정착지로 바뀌더니, 1830년부터 공공문화지구로의 변신을 모색한다.
1855년 부터는 새로운 작물의 호주 적응 시험재배지 역할을 한다. 망고, 생강, 담배, 사탕수수, 포도, 열대과일, 커피, 향신료 원료식물, 무화과, 여러종류의 소나무 등의 호주 적응 가능성을 타진했다. 사탕수수의 재배성공은 브리즈번 농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1866년 무렵, 시험작물재배소의 역할은 식물원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일부 부지는 스포츠경기장으로도 이용된다. 몇 년 뒤엔 분수도 설치했는데, 지금도 볼수 있는 워터힐(Walter Hill) 분수의 전신이다.
가든이라기 보다는 식물원의 성격이 짙었지만, 1916년 이후 비로소, 20헥타르(6만평) 규모로 확장되면서 보타닉 가든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최근까지 140년간 9번의 침수를 겪으며 황폐해지고 다시 디자인하기를 거듭했다. 한때는 동물원을 두기도 했지만 폐지하는 등 변화무쌍한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재난방지 시설, 편의시설을 갖추는 한편, 물과 초원, 수목의 효율적 재배치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모습으로 정착했다.
정원에는 소철, 야자나무, 무화과, 대나무 등 600종의 식물이 있는데, 눈여겨 볼 것은 1850년대에 심은 번야 소나무(Bunya Pines)와 1870년대에 식재된 수양무화과(Ficus benjamina) 가로수이다.
1860년대 시험작물재배소 시절 둘러쳐두었던 돌담과 곰 구덩이 보호소, 19세기 빗물배수 시스템 등도 남아있다.
1980년대엔 리버스테이지라는 잔디 원형 극장도 만들었다. 파란만장한 과정 속에는 도심한복판 녹지를 절대 보존하겠다는 민관의 일관성 있는 의지를 품고 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던 엄마의 교육적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보타닉 가든을 둘러싸고 들려주고 싶은 스토리와 교훈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리라.
▶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 1995년 호주 동부 여행을 할 때, 시드니에 있다가 최종목적지인 퀸즈랜드주 북부 청정지역을 가기 전에 잠시 브리즈번에 들렀던 이유는 바로, 코알라 때문이었다.
1927년 브리즈번 도심 남서쪽 근교 유칼립투스 숲 5만평 부지에 만든 세계 최초 코알라 보호공원, 론파인을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관리인들은 코알라 보호를 위해 관광객들에게 소리도 못내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8년이 지난 지금은 관람객들의 재잘거림도 들리고, 심지어 코알라를 안아볼수도 있으며, 코알라 외에도 우리의 누렁 진돗개를 담은 딩고, 캥거루, 무지개 잉꼬, 로리킷, 에뮤, 부엉이, 외양간 올빼미, 웃음물총새, 오리너구리 등 100여 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심지어 수면과 같은 높이의 투명 관찰대에서 악어가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연못까지 두었다.
이 땅의 첫 소유자가 숲속에 소나무를 심어서 파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초 병들고 다치거나 고아가 된 코알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첫 보호대상은 잭과 질이었고 지금은 130마리가 보호되고 있다.
론 파인 코알라 공원은 더글러스 맥아더의 아내를 포함한 미국인들이 호주 토종 동물을 보기 위해 공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코알라를 안아보는 것은 한 마리 당 하루에 30분 이내로 제한된다. 기념 사진 수익은 연구 프로젝트 및 유칼립투스 농장 지원에 쓰인다.
캥거루들이 있는 전용우리에서 먹이를 주고 쓰다듬을 수도 있다. 많은 SNS 영상에는 체험객을 상대로 캥거루가 권투 신청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흔치 않다.
하루에 한 번, 여러 종류의 맹금류가 속도와 민첩성, 예리한 시력을 뽐내는 맹금류 쇼도 열린다. 그 사이 딩고는 한국 진돗개처럼 점잖은 모습을 유지한다.
▶맛집, 칵테일, 주말밤의 열기= 호주의 여러 도시처럼 다양한 대륙의 음식이 브리즈번에 집결해있다. 트레저리 호텔 브리즈번 건물에 입주한 ‘팻 누들’(뚱보 국수)은 여러나라 동남아 요리의 강점을 다양한 퓨전요리로 구현했다. 베트남 출신 시민 응우엔이 주인이다. 소고기 양지머리와 등심 육수는 한국처럼 20시간 이상 우린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문득 소고기국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 한국 패러디노래가 떠오른다.
사우스 뱅크의 리버키(River Quay)에 자리잡은 포폴로는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호주산 소고기 토마호크 갈비가 일품이다. 퀸즈랜드산 와인을 곁들이면서 강변 정취도 느끼고, 흐렸다 비오다 쾌청해지면서 ‘하루 4계절’을 구현하는 호주의 버라이어티한 날씨도 감상한다.
강북의 포티튜드 밸리에 있는 해피보이 레스토랑은 중국-서양 퓨전식이다. 볶음밥, 국수, 완탕, 육류 등 구색이 다채롭다. 도심 에드워드 거리엔 칵테일 체험장 ‘레드 퀸 진 스쿨’이 있다. 호주 진 칵테일 종유가 180가지나 되는 것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이민자의 다양한 경험과 무관치 않다.
포티튜드 밸리는 주말이 되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식당, 카페, 호프집, 바가 즐비하고 넓지 않은 공간에 음료를 마시고 춤을 추는 콜라텍 같은 것도 있다.
오볼로 더 밸리(Ovolo The Valley) 혹은 ‘더 밸리’라고도 불리는 이 거리는 해가 지면 어디를 가든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술, 대중문화 친화적인 거리이다. 차이나타운과도 가깝다. 유동인구의 60%이상이 2030세대이다.
브리즈번 강북 강변의 운치를 무기 삼아 식당과 바를 하던 가게들이 몇차례 홍수를 당하면서 이주한 곳이 포티튜드 밸리이다.
몇해전 조사에서 거주자 출생지는 호주,인도,뉴질랜드,영국,브라질,콜롬비아 순인데,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 스페인더, 중국어, 포르투갈어, 인도어, 한국어 순이다. 한국어가 무려 6위나 되는 것이 의아스러운데, 워킹홀리데이, 외국국적의 교포가 꽤 많은 듯 하다.
‘더 밸리’는 다양한 얼굴을 한 브리즈번 시민과 여행자들이 편견 없이, 맘껏 노는 곳이다. 작은 ‘문화 올림픽’이 이곳에서 매일 밤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브리즈번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이다.
■FIFA 여자월드컵 계기, 호주 애들레이드-탕갈루마-브리즈번 여행, 글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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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④예술축구 이긴 호주 예술, 유럽에 기죽지않은 이유
▶2023.08.15. ⑤호주에선 왜 남호주 와인만 강세일까..벤 농가의 하루 ⑥애들레이드 힐스 로프티 고택이 주는 작은 평화 ⑦남호주 해상마차 타봤니..코알라 안아주기는?
▶2023.8.17. ⑧탕갈루마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감동여행 버킷리스트 ⑨K-드라마 같은 탕갈루마 야생돌고래-인간 40년 우정 ⑩퀸즈랜드 탕갈루마 바다 15척의 난파선, 보물선? ⑪탕갈루마섬 사막 질주, 펠리칸 대화..BTS 아미도 ⑫퀸즈랜드-탕갈루마, 우영우 혹등고래 가장 역동적
▶2023.8.20. ⑬브리즈번 ‘퀸즈워프’와 올림픽 준비 현장 가보니.. ⑭브리즈번 강남스타일- 사우스뱅크 르네상스 ⑮브리즈번 스토리대교, 낮엔 오르고, 밤엔 취하고.. (16)파란만장 보타닉과 더 밸리의 나이트 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