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끊어지면 못 쓰잖아요. 버렸죠. 집엔 안 가져왔는데…. 어디에 버렸느냐고요? 글쎄요. 잘 신경 쓰지 않아서.”
바다낚시를 즐긴 지 9년째인 직장인 최모(44) 씨. 동해 지역을 자주 찾는다. 배낚시부터 요즘은 무인도까지, 그야말로 ‘낚시 마니아’다. 그에게 끊어진 낚싯줄은 어찌하느냐고, 혹 집으로 가져온 적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낚시가 인기다. 젊은 층까지 대거 낚시에 빠졌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낚시하는 아이돌 연예인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내년엔 국내 낚시인구가 1000만명에 이를 것이란 통계도 있다.
그래서 넘쳐나는 게 낚시 쓰레기다.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바닷속,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시 쓰레기들은 훨씬 많다.
낚싯줄부터 바늘, 추, 찌, 각종 일회용품까지.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그득하다. 이대로라면 과연 우린 언제까지 낚시를 계속 즐길 수 있을까.
최근 해양 보호 민간 연구단체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은 2018~2020년까지 국내 연안 대표 낚시 55개 지점의 낚시 쓰레기 분석 및 낚시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국제 저널인 ‘해양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실렸다.
지점별로 낚시 쓰레기 등을 실제 수거했는데, 총 2만여개에 이르는 쓰레기가 나왔다.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1m 미만의 낚싯줄로 23.6%를 차지했다. 낚싯바늘도 11.8%를 차지했다. 1m가 넘는 낚싯줄도 11.6%로 집계됐다.
그 뒤로 많이 나온 쓰레기가 바로 담배꽁초. 9.3%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비닐포장지, 납추 등도 많이 나온 쓰레기들이었다.
특히 납추는 해양생물이 먹게 되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납은 바닷물에 노출되면 민물보다 8배 이상 빨리 녹아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왜 이렇게 낚시 쓰레기가 넘쳐날까. 오션은 실제 낚시인 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끊어진 낚싯줄을 집으로 가져간다”고 응답한 이들은 28.3%에 그쳤다. 34.1%는 “수거를 하더라도 그냥 현장에 두고 온다”고 했고, 30.9%는 “끊어진 낚싯줄을 전혀 수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낚시 중 분실한 추도 55.6%가 “전혀 수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집으로 가져간다”고 답한 이들은 24%에 그쳤다. 심지어 16.5%는 “떨어뜨린 추를 줍더라도 집에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통상 낚시터에 쓰레기통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이고, 통상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면 이후에도 더 쉽게 쓰레기를 버리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낚시 쓰레기는 그 자체로도 바다를 오염시키지만, 해양생물을 죽이는 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낚시에 쓰이는 모노 필라멘트 줄은 낚시의 목적에 맞게 야생동물이 감지하기 어려운 형태다. 일단 얽히면 움직일 수 없고, 먹이를 먹을 수도 없다. 버려진 낚싯줄이 산호초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은 ▷레저용 낚시의 명확한 정의와 규정 구축 ▷낚시 면허허가제 도입 ▷어획금지구역 확대 ▷해안 청소 자원봉사 확대 ▷피해 사례의 체계적 분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낚시 면허제의 경우 환경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제도다. 지속가능한 낚시 문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낚시 면허제는 소정의 자격을 가진 이들에게만 낚시를 허용하는 제도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수료를 내거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1993년부터 수차례 도입이 검토됐으나 낚시인과 업계의 반발 등으로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최근엔 지속가능한 어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시금 낚시 면허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낚시를 포함한 수산업에 대한 개념 자체도 변하는 중이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수산업법 개정안은 법상 명시된 수산업의 목적을 ‘생산성 향상’에서 ‘지속가능한 수산업’으로 대체했다. 많이 잡기 위한 수산업이 아닌, 인류와 공존 가능한 수산업이 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