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전세 올려 달라”

역전세 예상한 세입자들 난감

“집주인 전세 1억 올려달래요” 역전세 대란이라더니 세입자들 ‘멘붕’ [부동산360]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전세 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의 요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전셋값이 떨어진다고 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수천만원 상당의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하반기 역전세난으로 전세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집주인 요구대로 전세를 올려줘야하는 게 맞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하락한다는 전망에도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매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올해 하반기 강남 등 대단지 입주가 예고되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매매가가 반등하자 집주인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5월 상승 전환한 이후 상승 추세를 유지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5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세가격은 0.09% 올라 지난주(0.08%)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89.7에서 90.6으로 상승했다. 이 역시 지난 2월 1주(60.5) 이후 25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세입자 B씨는 “집주인이 400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이 어렵다고 한다”며 “여기저기서 전세 하락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혼란스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현재 이사가 여의치 않아 집주인과 인상 폭에 대해 좀 더 협상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세입자 C씨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는 “전세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집주인이 5%를 올려받겠다고 해서 옆 동네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이 반등함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는 매매가와 비례하고 서울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9500가구가 동시에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전세가 빠졌다가 수요가 들어오자 바로 회복했는데, 현 시점에서의 입주물량으로는 전세가격을 내리긴 턱 없이 부족하다”고 풀이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2년 전 최고가로 전세 계약한 경우와 당시 5%만 올린 곳을 나눠서 봐야한다며 “후자처럼 낮은 가격에 거래한 분들은 역전세 이슈와 상관 없음에도 ‘왜 올라’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상 변수도 남았는데 이자 비용이 오르면 집주인은 임대 놓은 물건에서 해당 비용을 충당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시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팀장은 월세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대출 규제 완화로 역전세 가구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 되면서, 은행에 선순위를 잡힌 집들이 월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1년간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