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빵은 밥이 될 수 없다’는 한국식 ‘빵 쪼가리 편견’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빵은 간식을 넘어 ‘한 끼 식사’ 자리를 넘보는 중이다. 달콤한 맛을 덜어낸 대신 보다 건강하고 담백한 맛으로 무장한 ‘식사빵’ 말이다.
웰빙·간편성·집빵족 증가…‘식사빵’ 트렌드
식사빵이란 밥을 대신할 수 있는 빵 종류를 말한다. 달고 기름진 재료가 빠지는 대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식빵·바게트처럼 일부 품목만 빵집 한 켠에 있었으나, 최근에는 베이글·치아바타·깜빠뉴·사워도우·통밀빵·호밀빵·귀리빵 제품이 메인 진열대에 놓일 만큼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다.
식사빵은 ‘건강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베이커리 트렌드는 설탕과 기름을 줄이고, 천연발효, 유기농 등 건강을 앞세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집에서 빵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집빵족’의 증가도 식사빵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외식물가와 식재료비 상승에 따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빵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폭염에는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간단히 준비하는 식사빵이 한 끼 대용식으로 애용된다. 잼·버터·올리브오일만 곁들여도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 기본 식사빵에 소스나 토핑을 올려 먹는 재미도 있다. 최근에는 베이글이나 잠봉뵈르 샌드위치, 연어 오픈 샌드위치 등이 유행하면서 관련 식사빵의 구입도 덩달아 늘고 있다.
대형마트·온라인 마켓·베이커리점도 매출 늘어
실제로 식사빵의 수요 증가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에서 나타난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이마트 내 e-베이커리와 블랑제리 베이커리 매장에서 판매한 식사빵류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사빵 수요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입맛 또한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자사는 오뚜기와 협업한 ‘고소한 참기름 식빵’ 등 새로운 식사빵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식사빵 구입이 이어지고 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올해 7월 식사빵류 판매량은 1월에 비해 두 자릿수가 증가했다. 깜빠뉴 판매량은 63% 증가했으며 ▷베이글 16% ▷모닝롤 15% ▷바게트 10% 각각 상승했다. 컬리 관계자는 “지속되는 외식 물가 급등에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식사 대용 베이커리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컬리스 R15 통밀 식빵’이나 ‘우유 듬뿍 식빵’처럼 소스나 토핑 등을 곁들이기 좋은 식빵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전문점도 식사빵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뚜레쥬르가 대표 사례다. 뚜레쥬르는 2012년부터 ‘건강빵’ 콘셉트를 내세우며 식사빵류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매출도 꾸준한 상승세다. 뚜레쥬르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베이글은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했으며, 통밀빵은 19%, 식빵은 11% 각각 증가했다. 맥주 발효종을 넣은 ‘착한빵식 통밀빵’을 비롯해 ‘그대로 구워 먹는 꿀 토스트 식빵’ 등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뚜레쥬르는 설명했다.
‘빵요정’도 다녀갔다…식사빵 맛집 등장
도넛이나 베이글의 유행처럼 이젠 특정 빵이 인기를 얻으려면 유명 맛집의 등장이 필수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이른바 ‘빵요정’도 다녀가야 한다.
식빵의 경우, ‘밀도’ 베이커리가 ‘줄서서 먹는 식빵 맛집’으로 알려져있다. M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성수동 빵지순례 필수코스’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천연발효빵으로 이름을 알린 빵집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파네트’, 정통 유럽식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오월의 종’ 등이 천연발효빵으로 ‘빵지순례객’ 사이에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룡 기업은 물론, 동네 빵집들도 가세해 식사빵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다만 담백한 식사빵은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전문 기술과 고급 식재료를 내세운 곳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