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공법, 층간소음 덜하고 비용절감 장점
충격 취약해 정확한 설계·보강철근 설치 중요
LH “현장서 무량판 이해부족…지도 강화할 것”
국토부, 민간 발주 무량판 약 300곳도 조사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 4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지하주차장 무량판 적용 아파트 일부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잇따르자 무량판 공법의 위험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국토교통부·LH 등 관계기관과 업계에선 무량판의 구조적 위험성보다는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운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일부 단지는 무량판 기둥 154개소 중 154개소 모두 철근이 미흡해 누락비율 100%인 곳도 있었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 무게를 떠받치는 테두리 보나 벽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하는 식이다. 상부의 소음이 기둥을 통해 빠져나가 상부 충격이 바로 벽으로 전달되는 벽식 구조(벽이 상부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보다 층간소음이 덜하고, 내구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보가 없기 때문에 높은 층고가 가능하고, 기둥식(라멘) 구조보다 비용이 절감된다는 특징도 있다. 백화점과 같은 판매시설 또는 고층 상업용 빌딩에 주로 사용돼온 무량판 구조는 최근 몇 년 새 아파트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LH는 지난 2017년부터 발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공법을 적용해왔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2017년부터) 무량판 구조가 인건비가 적기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 철근 및 거푸집 감소로 연간 LH가 75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입주자의 경우 주차폭 확대를 통해 만족도를 향상할 수 있다. 기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배치가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상 보나 벽이 없고 기둥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충격에 더 취약하다. 설계·시공 과정에서 안전성을 고려한 정확한 구조 설계와 보강철근을 충분히 넣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앞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또한 기준 미달인 콘크리트 강도와 기둥 32개소 중 19개소의 보강철근이 누락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무량판 구조 자체보다는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설계·시공·감리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사고 위험성을 키우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설계 과정에서 구조계산이 미흡한 건 보강철근이 들어갈 기둥 번호 수를 넣는데 어느 곳을 빠뜨리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실수도 있지만 시스템상 (오류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2017년부터 적용됐지만 현장에서 무량판 공법에 대한 설계·시공·감리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량판 구조에 대한) 지도 및 관리를 보강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와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부실을 적발했다. 일부는 설계 과정부터 기둥 주변 보강철근이 누락됐고, 다른 일부는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며 “설계·시공·감리 담당자들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정밀조사를 해 그에 따라 인사 조치뿐만 아니라 더 깊은 조사를 위해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민간기업이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비공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 장관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민간 아파트 무량판 구조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시공 중인 현장은 105곳, 준공된 아파트는 188곳으로 파악했다”며 “약 300곳 현장에 대해 주민이 추천하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점검을 할 것이고,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보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