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미리 훔쳐 범행 장소 이동한 조씨

경찰 ‘계획범죄’ 무게…사이코패스 검사 예정

과거 폭력 등 전과에 소년부 14건 송치 전력

전문가 “흉악범죄 사전 예방책 필요”

시민들도 불안 “흉악범죄 노출 불안”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골목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33)씨가 지난 23일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골목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33)씨가 지난 23일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조모(33)씨의 ‘계획범죄’ 정황과 과거 전과 기록이 드러나며 흉악범죄 사전예방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씨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저렴한 원룸을 얻기 위해 사고 당일 신림에 방문했다는 유족 주장이 나오면서 ‘애꿎은 서민이 피해대상일 될 수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25일 경찰이 공개한 지난 21일 사건 당일 조씨 동선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오후 12시3분께 인천 자택에서 택시를 타 12시59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할머니 자택을 방문했다. 이후 오후 1시57분 재택 인근 마트에서 흉기 2점을 절도해 오후 2시7분 사건이 발생한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으로 이동했다.

이후 조씨는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 초입해서 행인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1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있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현재 조씨가 살인을 예비한 정황 등을 파악하고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휴대폰 포렌식과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조씨는 지난 2010년 신림동 한 주점에서 모르는 이들을 폭행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전과 3범으로 파악됐다. 법원 소년부에 14차례 송치된 전력도 있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 조씨가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하면서 그의 범행이 현실에서 누적된 분노 표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신림동 인근 골목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연합]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신림동 인근 골목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조씨의 전과 이력에 이어 이번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흉악범죄 잠재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예방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잠재성이 있는 전과자 등에 대한 관리 및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이 범죄자들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를 통해 무차별 범죄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학계에서도 범죄자 유형에 집중한 사전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한국범죄정보연구에 실린 ‘이상동기(묻지마)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 논문이 2003년부터 2020년 사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풀이’ 유형이 21.9%였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죄를 계획하는 화풀이 유형은 피해 회복보다는 범죄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큰 것으로도 분석됐다. 해당 논문은 “화풀이 유형의 경우 중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정책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안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조씨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당일 저렴한 원룸을 얻기 위해 신림에 방문했다는 유족 주장이 나오면서 1인 가구 등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자신을 피해자 유족이라고 밝힌 김모 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피해자가) 신림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 보기 위해 부동산에 간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정모(30)씨는 “수천만원대 월세를 부담할 여력이 되지 않아 폐쇄회로(CC)TV도 없는 구축 다세대 빌라에 거주하다, 결국 자구책으로 50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했다”며 “하지만 이번 같은 묻지마 살인 같은 경우 이렇다 할 방지책도 없이 노출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불안하다”고 했다. 치안 정책을 연구한 조제성 한국형사·법무정책 부연구위원은 “지자체별 치안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실제 효과를 체감했는지 만족도 등 조사가 이뤄진 곳이 한 곳도 없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