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방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며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주담대 최저 금리가 3%대의 특판 상품도 나왔다.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보다도 낮다.
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시중은행 보다 주담대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지방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줄이면서까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안전성이 높은 주담대 자산을 늘려,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고객군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보다 주담대 금리 낮아…1금융권 최저 금리 특판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은 전날(18일) 최저 연 3.79% 금리를 제공하는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1금융권 최저 수준이다. 같은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4.04~4.56% 수준으로 일괄 4%대에 머물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도 각각 3.83%, 4.02%의 최저금리를 제공해, 경남은행의 특판 금리를 웃돌았다.
통상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게 형성된다. 신용도나 자산규모 측면에서 차이가 있어, 조달금리 등 자금조달 비용이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지방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지방은행 빅3(경남·대구·부산)가 3월부터 5월까지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34~4.6%로 시중은행(4.36~4.77%)과 비교해 0.02~0.17%포인트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올 1월까지만 해도 주요 지방은행 3곳의 평균금리(5.38%)는 5대 시중은행 평균금리(4.99%)와 비교해 0.39%포인트 높았었다.
특히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대구은행의 금리 수준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난 5월 대구은행이 제공한 주담대 평균금리(4.15%)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불과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대구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6.33%)는 5대 은행(5.29%)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작아지는 존재감에 금리 매력 올린다…한계 지적도
이같은 현상은 지방은행들이 주담대 예대금리차를 대폭 줄인 데서 기인했다. 5대 시중은행의 5월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0.82%포인트로 지난 1월(1.19%포인트)와 비교해 0.3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의 두 배 이상인 0.92%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부산은행의 경우 5월 기준 예대금리차가 0.69%포인트로 나타났다. 올해만 0.4%포인트의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결과다.
은행권에서는 지방은행들의 대출 등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며,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주담대 위주로 대출 자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지방은행의 총자산 점유율은 6.91%로 5년 전(7.61%)과 비교해 0.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영업이 활발해지면서 앱을 통해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지방은행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담보가 확실하고 리스크가 적은 주담대 확장을 통해 대출 자산 규모를 늘리고, 고객군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담대 특성상 지방은행에는 거점 지역의 부동산 매물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몰린다. 그런데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며 수도권과의 집값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출 수요와 규모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격적 영업에 따른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1분기 기준 국내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57%로 5대 시중은행(0.27%)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심사 등 과정을 통해 안전한 담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고금리 시기, 부담이 덜한 상품을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