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 넘어 매장서 푸드 페어링

고객 주류 반입 콜키지도 늘어

일부 ‘카발란’ 시켜 하이볼 주문

‘삼겹살에 위스키 한 잔’ 낯설지 않다
서울 중구 고깃집 광화문특고기의 내부. 이 매장이 운영하는 인근 보틀숍에서 위스키, 와인 등을 구입하면 무료로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매장 중간중간 위스키가 보인다. 김희량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깃집 텅앤그루브조인트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인 ‘카발란(대만)’과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스코틀랜드)’를 팔고 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오픈 때부터 저흰 고객 선택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위스키를) 구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카발란을 주문한 손님에게 하이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겹살에 위스키 한 잔’이 낯설지 않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볼 등 칵테일이 아닌 위스키를 병으로 파는 고깃집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었던 ‘위스키 열풍’과 더불어 술과 음식을 곁들여 먹는 푸드 페어링이 대중화하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위스키를 판매하거나 콜키지를 운영하는 업체나 매장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에 비해 위스키를 식사에 곁들이고자 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콜키지란 코르크 차지(Cork Charge)의 줄임말로, 고객이 음식점에 직접 주류를 가져가 마실 때 식당에 지급하는 비용과 그 서비스를 말한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고깃집인 광화문특고기의 경우 위스키와 와인 무료 콜키지가 가능하다. 이 매장은 걸어서 1분 거리의 주류판매점 ‘순애주’도 함께 운영한다. 문은숙 순애주 대표는 “위스키 찾는 분이 많아져서 지난 겨울부터 발베니와 ‘맥캘란’ 등을 입고시키기 시작했다”면서 “회식 등 모임에서 3만~6만원대 저가 위스키를 삼겹살집에 사 가서 먹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광화문특고기 인근에 위치한 A고깃집도 3월 오픈 때부터 ‘위스키 콜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은 병당 콜키지로 와인은 2만원, 위스키는 3만원을 받는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위스키의 경우 직접 먹을 술을 들고 오시는 분이 많아서 콜키지 옵션을 열어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스키 유료 콜키지의 경우 와인에 비해 가격이 2만~3만원 비쌀 때도 있다. 얼음 등이 필요한 데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와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1인당 마시는 양이 적기 때문이다.

유흥업소나 바(bar)에서 주로 찾는 술로 인식되던 위스키는 하이볼 등의 인기와 더불어 삼겹살집 등 일반 식당까지 진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고급 식당도 고객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위스키를 구비해 두고 있다. bhc그룹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한우전문점인 창고43의 경우 ‘임페리얼’과 ‘조니워커 골드라벨’를 판매하고 있다. 창고43 관계자는 “무료 콜키지를 운영해서 자체 위스키 판매량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갖고오지 못한 고객을 고려해 구비해 두고 있다”고 했다.

칵테일 전문가인 믹솔로지스트 한지안 씨는 “아직 소주나 맥주처럼 일상적으로 주문해서 먹는 문화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모임 등을 하면서 식사와 가져온 위스키를 곁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위스키는 (푸드 페어링 측면에서도) 기름진 음식과 김치 등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면서 “하이엔드(고급 상품) 미식을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식당 중에서도 위스키 페어링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류업체도 이 같은 변화를 인지하고 식당 쪽 유통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카발란 등을 유통하는 골든블루 관계자는 “위스키가 코로나19 때 집에서 먹는 일명 ‘홈술”로 각광받다가 엔데믹(감염병이 풍토병화)에 들어서며 관련 문화가 더욱 퍼진 것 같다“며 ”업체들도 삼겹살집 등 판매 채널을 높이기 위한 영업활동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