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고금리에 인기가 ‘뚝’ 떨어졌던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산운용가)에 다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내년 이후를 보면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자락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에 은행 예금보단 장기적인 인공지능(AI) 투자에 자금을 넣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일 전산전문회사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테스트베드 통과 회사 대상) 운용 자산 규모는 지난해 2월 1조8704억원을 기록한 뒤 3월부터 1조7000억원대로 하락했다. 이후 줄곧 성장세가 멈췄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조8669억원을 기록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크게 무료추천형·자문형·일임형으로 구분된다. 무료추천형은 은행 등이 금융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단일 상품 또는 포트포리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하고, 자문형과 일임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투자자문업자·투자일임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히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자산 증가세는 ‘일임’ 부문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전체 운용 규모는 1조7727억원에서 올해 5월 1조8669억원으로 5% 증가한 데 비해, 일임된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1892억원에서 2320억원으로 20% 증가했다. 또 무료추천 서비스는 3% 증가에 그쳤으며, 자문은 20% 감소했다.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판단 하에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모두 맡기는 ‘투자일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기가 끝자락에 접어들고,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현재 넣은 자산이 시장 활기와 함께 불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핀테크 관계자는 “최근 연금저축펀드에 투자 일임을 허용해주면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찾는 개인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챗GPT의 능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AI에 자산을 맡기는 데 대해 불안감이 사라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6월 8일부터 로보어드바이저 광고에 수익률 표시 광고가 허용되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거친 1년 이상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한해 광고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실제 코스콤의 운용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적극투자형 기준 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의 1년 최고 수익률은 42.42%에 달한다. 상위 20개 상품의 수익률은 최저 7%에서 시작하는 걸 감안하면, 은행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만기 12개월 기준 전월취급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2.70~3.93% 수준이다.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퇴직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수억원씩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기업에 일임하기도 한다. 콴텍투자일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평균 투자금액은 3576만원에 달했다. 이중 60대 이상의 평균 투자금액이 2억5667만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1인 최고투자금액은 4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