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켓팅’, 올해도?” 복숭아 사러 사전예약까지 한다는데… [식탐]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알람을 켜놓고 온라인 판매 공지가 뜨자마자 들어갔는데, 1분 만에 품절돼 실패했어요. 댓글 수백 개가 10분 안에 달립니다.”

최근 들어 유명 농원의 판매 공지만을 기다린다는 한 누리꾼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품절 사태’를 빚는 상품의 주인공은 바로 ‘복숭아’다. 흔하게 먹던 복숭아가 이토록 귀해진 이유는 희귀 품종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부터다.

올해에도 치열한 ‘복켓팅’ 이어질까

“‘복켓팅’, 올해도?” 복숭아 사러 사전예약까지 한다는데… [식탐]
유명 농원의 복숭아 판매 공지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댓글이 금세 달린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희귀 품종 복숭아는 소량 판매가 많아 바로 품절되기 쉽다. 선예약을 걸어놓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는 ‘오픈런(매장 개점 전 줄서기)’ 까지 벌어질 정도다.

복숭아 구입 전쟁은 지난해에도 뜨거웠다. 유명 약과 구매를 위한 ‘약켓팅(약과+티켓팅)’에 이어 ‘복켓팅(복숭아+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인기가수 공연 티켓처럼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복숭아는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을 제치고 일부 대형마트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 전체 과일 매출 중 1위는 복숭아가 차지했다.

‘사전 예약’ 필수…스타 뺨치는 ‘납작·신비 복숭아’

“‘복켓팅’, 올해도?” 복숭아 사러 사전예약까지 한다는데… [식탐]
‘납작 복숭아’ [123RF]

특히 ‘납작 복숭아’는 이색 복숭아 바람을 끌고 온 ‘스타’나 다름없다. 마치 도넛처럼 눌려진 형태로,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권정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사는 “납작복숭아는 ‘반도(蟠桃)’라고 하는데, 납작한 복숭아그룹을 모두 지칭하는 말이다.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유럽과 북미에서도 품종이 개발되고 유통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일부 농가가 재배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원형 복숭아에 비해 수량이 다소 떨어지고, 키우기가 까다로워 재배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납작 복숭아는 몇 해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극천’ 품종이 주목을 받았다. 대극천은 ‘K-납작복숭아’로 불려지고 있으나, 사실 납작 복숭아 품종은 아니다. 권 연구사는 “납작 복숭아인 반도의 국내 대표 품종은 ‘거반도’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극천’은 반도 품종이 아니며, 반도는 대극천보다 훨씬 더 납작하다”고 말했다.

“‘복켓팅’, 올해도?” 복숭아 사러 사전예약까지 한다는데… [식탐]
시중에서 판매 중인 ‘신비 복숭아’ 육성연 기자

‘신비 복숭아’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겉모양은 새빨간 천도 복숭아지만, 안에는 백도처럼 부드러운 연노랑 속살이 들어있다. 천도 복숭아와 달리 시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한 입에 먹기 편하다. 특히 1년 중 대략 2~3주만 생산하는 한정 제품이기 때문에 ‘사전 예약’ 경쟁이 뜨겁다.

친환경 식품전문점 올가홀푸드의 경우 올해 6월 17~23일 신비 복숭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배(109%) 성장했다. 사전 예약 판매율 또한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주현룡 올가홀푸드 신선식품팀 PM(제품 관리자)은 “신비 복숭아는 출하 시기가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로 짧고, 전체 천도 복숭아 생산량 중 1% 수준에 그치나, 최근 높아진 수요로 매년 생산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비 복숭아 구입에 실패해도 아직 기회가 있다. 이와 비슷한 이색 천도 복숭아가 나오기 때문이다. 권 연구사는 “천도 복숭아지만 속이 노란 ‘옐로드림’ 품종도 있다. 6월 말부터 7월 상순까지 수확되므로 신비 복숭아 유통이 끝나면 구매할 수 있다. 이후 7월 하순에 수확되는 ‘이노센스’는 속이 하얀 천도 복숭아”라고 소개했다.

“진열대 구입보다 설레”…이색 품종 직접 찾는 MZ세대

이러한 이색 품종의 인기에는 MZ세대 트렌드가 반영돼있다. 주 PM은 “신비 복숭아는 한정판 과일로, ‘새로움’을 찾는 요즘 트렌드가 잘 나타나있는 상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장소원(31) 씨는 “동네 과일가게나 마트 진열대에 놓여진 복숭아를 사는 것보다 내가 찾은 유명 농원에서 이색 복숭아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과일을 주문하면서 처음으로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향에 맞는 과일을 직접 찾아나서는 소비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더욱이 희귀 품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인기를 누린다. 장씨는 “신비 복숭아를 어렵게 구한 스토리는 SNS에 올리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다.

“‘복켓팅’, 올해도?” 복숭아 사러 사전예약까지 한다는데…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