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주가조작 시 ‘패가망신’에 이르게 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잇따른 다짐이 현실화 될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위한 과정이 9부 능선에 도달했다. 증권범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사위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처리했다.
개정법률안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목은 증권 범죄자가 취한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주가조작으로 50억원의 범죄수익을 얻었다면 2배인 1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로 정체가 드러난 ‘라덕연 일당’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은 “라덕연 일당이 실현수익과 미실현수익을 합해 약 73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부당이익 액수가 법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개정법률안에 따라 단순 계산해볼 때 2배인 최대 1조46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라 씨 변호인은 검찰 공소 요지를 대부분 부인하면서 부당이득 액수에 대해서도 “상승기에 있는 고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주가가 외부 사정으로 폭락했는데 이를 제외하고 미실현수익을 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개정법률안은 또 부당이득 산정 공식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것으로 명시했다.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이 따로 없어서 자본시장 범죄자가 취한 이익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부당 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엔 최대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과 법원행정처가 위헌·과잉입법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에 반대했으나, 여야는 29일 법사위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에 합의했다. 당초 개정안에는 부당 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최대 5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한도가 40억원으로 조정됐다.
그동안 주가조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의 경우엔 형사처벌만 가능했다. 하지만, 엄격한 입증 책임으로 인해 수사와 처벌에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했고, 범죄행위나 부당이득액에 대한 입증조차 쉽지 않아 강력한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한편, 전날 법사위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방안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통과됐다.
두 법안은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