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모의평가 킬러문항 26개 공개
고차원접근·불필요하게 어려운 문제 꼽혀
정답률 공개 많고 해석만…혼란 계속
변별력 확보 방안 발표도 없이 “혼란없다”
[헤럴드경제=김빛나·박지영 기자] 교육부가 최근 3년 간 수능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가운데, 킬러문항을 둘러썬 해석도 여전히 분분하고, 교육부가 변별력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물수능’이 되지 않도록 대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26개 킬러문항은 크게 ▷ 불필요하게 어려운 문항 ▷높은 수준의 추론·고차원적 접근방식을 요구하는 문제 ▷ 공교육 학습만으로는 풀이 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운 문항으로 나뉜다.
불필요하게 어려워 수험생의 실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예시는 지난 6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수학 21번 문항이다. 이 문제는 보기 ‘ㄱ’,‘ㄴ’,‘ㄷ’ 중 옳은 내용을 찾는 식으로 문항을 구성해 불필요하게 수험생의 실수를 유발했다. 염동렬 충남고 수학 교사는 “내신에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이도를 극대화할 때 취하는 전략의 문제”라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올해 이 유형이 (출제된 것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런 문항 출제가 새로 되면 사교육 유발 측면에서 학원가에서 이런 문제를 만들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러 개념을 지문에서 주고 추론해야 할 내용이 많은 국어 문제도 킬러문항으로 꼽혔다. 지난해 치러진 2023년 수능 국어 17번 문항은 직선의 기울기, 편차 제곱의 합 등 생소한 개념을 바탕으로 답을 추론해야 했다. 전직 고교 국어교사 A씨는 해당 문항에 대해 “아무리 (수험생이) 사고력이 있더라도. 지문 난이도가 학생 수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발현되기가 어렵다”며 “제 경험상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문제 내용이 쉽더라도 정답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공개한 유형의 킬러문항을 제외할 경우 수능 번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재 공개한 킬러문항에 대해 교육부가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고 주관적 해석을 내놓은 만큼 향후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부가 고난도 킬러문항이 상위권에서도 번별력이 없었는지 정답률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또한 역대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변별력 확보를 못할 정도로 어려웠는지도 수치로 제시하지 않은 채 해석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당장 수능이 5개월 남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변별력 확보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17년차 중학교 영어 교사 B씨는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질문이 도입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며 “단계적으로 공교육 내에서 배운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만한 문제를 출제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하여 일찌감치 “물수능이 아니라 공정수능”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부 발표 후 올해 수능이 쉬운 수능이 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킬러 문항 배제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문항 핀셋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공정성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변별력 확보라는 중요한 수능의 역할을 내파시키지는 않는다. 수능 준비하는 입장에서 혼란은 없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총리는 “킬러문항이 있으면 불수능이고 없으면 물수능이라는 것은 사교육의 논리다. 물도 불도 아닌 공정한 수능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원칙을 만든다거나 새로운 유형을 만드는 게 결코 아니다. 학원에서 ‘공포 마케팅’을 시작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거기 현혹되지 말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이날 킬러문항 공개와 함께 논술과 구술 등 대학별 고사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서울 주요 대학 수시 전형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논술과 구술은 수능 킬러문항과 더불어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실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15개 대학 중 14개 대학 수학 논술 문제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됐다.
다만 킬러문항 제거를 보완할 사교육 경감 대책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교육 입시 컨설팅 강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대학 입학 전형 관련 정보 부족으로 입시 컨설팅 등 사교육을 이용하는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현장 교사 중심 무료 대입 상담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예시로 든 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의 경우 327명의 현직 교사가 매년 전화, 온라인으로 적게는 4만~5만건 이상의 상담을 수행 중이다. ▷2018년 6만 383건 ▷2019년 5만 294건 ▷2020년 4만 1854건 ▷2021년 4만 3970건 ▷ 2022년 4만 1781건 등이다. 장기적으로 1대1 맞춤형 입시 전략을 원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임 대표는 “앞으로 9월 모의평가 한 번만 보고 수능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이 있는데 교육부 발표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입시 논술, 수능에 미흡한 점이 있어 보완해야 한다면 입시 일정을 조정한다든가, 모의평가를 한 번 더 보는 등 혼란을 줄일 방안을 내놔야 하는데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