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분에 110봉지. 올해 4월 기준으로 지금까지 1조4800억원치, 총 20억봉지가 팔린 이 과자는 올해 만 나이 35살을 맞았다. 오리온의 대표 과자이자 국내 감자칩 1위인 ‘포카칩’ 이야기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달 7일부터 올해 햇감자를 활용한 포카칩 생산에 착수했다. 국산 햇감자로 만들어진 포카칩은 포장재부터 달라 원재료 표시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한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햇감자를 활용해 만든 포카칩을 만나볼 수 있었다.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의 포장재 앞면에는 ‘100% 국산 햇감자’가 적혀 있다. 원재료명에도 생감자 90%(국내산) 표기가 돼 있다. 수입산 감자로 만들어진 제품의 경우 포장재 앞면에는 ‘100% 생감자’. 원재료명에는 생감자 90%(호주산)이 적혀 있었다.
오리온의 포카칩의 주 재료는 성인 남성 주먹 크기의 감자 2알이다. 오리온은 매년 6~11월 전남 보성, 충남 당진, 강원 양구 등에서 수확한 국내산 감자를 청주공장과 감자 저장소로 이동, 생산에 투입한다. 6월의 햇감자 생산이 시작되는 첫 달로 제철 감자 본연의 맛을 한 해 중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국내 1위 포카칩의 식감을 좌우하는 핵심은 1.3㎜ 안팎의 얇은 두께다. 오리온에 따르면 이 두께는 감자 내 고형분 함량에 따라 0.01㎜ 단위로 달라진다. 오리온은 이 포카칩을 위해 1988년 강원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할 만큼 공들 들여왔다. 당시 가정 요리용 일반 감자(수미감자)는 모양이 일정치 않고 기름에 튀기면 거무튀튀하게 변한다는 단정이 있었다. 오리온은 수입 감자 의존도를 낮추고자감자 생산 연구 개발에 약 3년을 투자, 1990년 가공용 품종 무균씨 감자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2001년 감자연구소는 개량 품종인 ‘두백’을 선보였다. 두백은 한국 토양과 지형에 적합한 품종으로 튀겼을 때에도 내부 갈색 반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고형분 함량이 높아 생감자칩 원료로도 적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은 햇감자가 부족한 시기에는 감자 원료 수급을 담당하는 아그로(AGRO)팀을 통해 수입 감자 등의 수급과 품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외 모두 감자칩은 스낵 시장의 전통 강자 제품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감자칩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280억원으로 2019년(3037억원) 대비 8% 성장했다. 코로나19 직후 ‘홈술’ 열풍으로 소비가 늘었다 최근에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그 위상은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감자칩은 코로나19 엔데믹과 무관하게 지속 성장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감자칩 시장 규모는 453억9300만달러로 2019년(375억7500만달러) 대비 20% 성장했다.
그중 포카칩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곳은 베트남이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2008년부터 계약 재배를 통해 감자를 조달하고 있다. 오리온의 포카칩(현지명 오스타·O’Star)은 현지 생감자 시장에서 펩시코의 유명 감자칩 ‘레이즈(Lay's)’ 등을 제치고 1위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의 대도시 뿐만 아니라 소도시의 마트, 가게 등에서도 오리온의 감자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에서는 소용량 스낵이 특히 인기가 많은데 베트남 현지 기준 6000동(약 300원)으로 가격 부담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김·솔트에그·크랩·김치 맛 등 현지 소비자들에 입맛에 맞춰, 종류가 한국보다 더 다양하다.
포카칩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종류가 더 다양하다. 한국은 포카칩 2종과 ‘스윙칩’ 2종으로 총 4종이지만 베트남에서는 10종(오스타 5종·스윙 5종). 중국에서는 9종(하오요우취 6종·하오요우취 바오피앤 3종)이다. 포카칩의 중국 이름은 ‘하오요우취(好友趣·스윙칩)’다. 하오요우취(好友趣)는 중국어로 ‘재미있다’는 뜻인 ‘하오요우취(好有趣)’와 같은 발음이다. ‘하오요우(好友)’는 좋은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이다. 기존 생감자칩과 달리 굴곡이 있는 모양과 바삭한 식감, 생감자 본연의 맛과 양념이 어우러져 2016년에는 중국 현지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