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신설을 앞두고 의견수렴을 마무리했다. 압수수색 사전심문이란 앞으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 수사기관 등을 대면 심리하고, 전자정보 수집을 혐의 관련 내용으로 국한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난 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애초 이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행정처는 법조계가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의견을 들었다.
행정처가 예고한 개정안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사에 필요 정보를 아는 자를 불러 심문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청구 시 검색어·대상기간 등 집행계획 기재 ▷피의자 등의 참여권 강화 등이 골자다. 그러나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한변호사협회는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피의자가 압수수색에 대비 가능해 수사 밀행성이 침해되고 신속한 수사도 제약된다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집행계획에 검색어를 지정하면 은어가 많은 마약·불법촬영물 등 수사에 차질이 크다고 반발한다. 위법한 압수수색에 대해선 준항고를 통해 법원에 불복신청이 가능한 만큼 현행 제도에서도 권리보호가 가능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수수색에 따른 기본권 침해 우려를 들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커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할 물건’을 기재하지만 실무상 선별 절차가 이행되기 어려워 수사와 무관한 정보가 입수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만으로 침해를 정당화하는 것도 되짚어볼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기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한다.
의견수렴을 마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우려를 감안해 개정안 초안을 재검토 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을 앞둔 오는 9월 전 신설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 2020년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부터 오랜 검토 과정을 거친 사안이란 점도 제도 신설 전망을 뒷받침한다. 대법원에서 형사소송규칙을 바꾼다면 수사기관으로선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혐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핵심 절차로 꼽힌다. 개정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법원 내부적으로 오래 고민했더라도 검찰은 언론 보도를 통해 개정안을 처음 알았다고 전해진다. 신설 필요성을 공감하는 판사 사이에선 지능화되고 피해 규모가 커진 범죄 특성을 고려해 수사력을 해하는 개정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시점 내 도입에 방점을 둔 성급한 개정안이 아닌 기본권 침해와 수사상 제약이 고루 참작한 절충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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