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떻게 버려?” “늦었어. 대충 버리고 와.”

최근 프로야구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들렸던 한 커플의 대화다. 그들이 버린 비닐봉투 안엔 음식물 찌꺼기, 일회용컵, PET병, 캔 등이 뒤섞여 있었다. 승리의 응원가를 따라부르며 이내 출구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바쁜 시간이다. 한시라도 빨리 버스를 타려면. 쓰레기 처리에 할애할 여유는 사치스럽겠다. 경기장은 곧 텅 비었다. 사람은 사라졌고, 쓰레기는 남았다. 산더미처럼.

프로야구는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프로야구처럼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는 경기도 없다. 프로야구처럼 인기 있는 스포츠도 없고, 프로야구만큼 쓰레기가 많은 스포츠도 없다.

경기 후 야구장을 살펴봤다. 곳곳에 쓰레기통은 있었고 분리배출 표시도 있다. 하지만 관중에 비해 쓰레기통은 너무 왜소하며, 분리배출은 무의미했다. 모든 건 뒤섞인 채 쓰레기산을 이뤄냈다. 미화원들은 좌석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 정신이 없었다. 한 미화원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면 그냥 다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밖에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미 꽉 찬 쓰레기봉투 속엔 재활용 가능한 품목도 수없이 많았다. “딴 건 몰라도 음식물쓰레기만이라도 따로 버려 달라고 해요. 치우는 사람도 좀 생각해야지.”

구장 밖 별도 처리시설. 이곳에서 다시 쓰레기를 꺼내 직접 손으로 PET병, 캔 등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골라낸다. 구장 관계자는 “분리배출만 이뤄져도 좋을 텐데 수시로 방송 등으로 요청하지만 잘 지켜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야구장 쓰레기는 일단 많다.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한 해 전국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6176t) 중 35.7%(2203t)가 야구장에서 나온다. 이 쓰레기 절대다수는 먹고 마시는 데에서 나온다. 식음료에서 일회용품만 안 써도 상당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지난 4월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캔음료를 구매할 때 제공하던 일회용 컵을 안 쓰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를 적용한 건 일부 구장에서 일부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야구장엔 일회용품이 넘쳐나고, 쓰레기가 쏟아진다.

심지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응원 막대풍선은 현재 법으로 사용 금지된 품목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이를 사용하면 과태료까지 부과한다. 하지만 야구장에 가면 곳곳에서 막대풍선을 발견할 수 있다. 중계방송에서도 거리낌 없이 막대풍선을 든 관중을 클로즈업한다. 불법을 저지르는 관중을 전국에 홍보하는 셈이다. 응원 막대풍선이 사용 금지란 걸 관중도, 방송사도 모르는 탓이다.

모든 일회용품을 없앨 순 없다. 하지만 그저 먹고 즐기는 데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부끄럽다. 특히나 경기장을 찾은 아이들의 눈엔 어떻게 비칠까. 심각하게 보인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익숙하게 보인다면 무서운 일이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가족이 함께 가는 야구장은 오히려 그 어떤 곳보다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일회용품 절감을 고민하고, 분리배출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 이젠 정말 야구장 쓰레기 좀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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