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세계 최대 가상자산(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와 그 창업자인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또 다른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제소 당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코인 업계를 정조준하면서 그동안 시장의 급성장으로 막대한 부를 얻은 ‘젊은 부자(young&rich)’들 역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시간)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CEO를 증권법률 위반 혐의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지난 3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파생상품 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제소된 바이낸스는 연이어 미 감독기관의 표적이 됐다. 다음날인 6일엔 코인베이스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개 의무를 회피했다며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소송 사유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SEC는 이들 업체들이 당국의 규제 감독을 의도적으로 회피해 고객 자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SEC는 바이낸스와 자오 CEO에 대해 “거미줄 같은 사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EC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하던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방 검사 출신의 케빈 오브라이언 변호사는 “두 사건은 다르지만 가상자산을 증권법 아래에 두려는 SEC의 공격적인 노력이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가상화폐에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금융계 민간단체인 베터마켓(Better Markets)의 데니스 켈러허 회장은 “SEC는 대중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것은 ‘조심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수년 간 업계는 가상화폐는 증권이 아니란 이유로 SEC의 규제가 필요없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번 소송이 성공하면 SEC의 관할권을 인정 받을 수 있어 가상화폐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와 FTX파산 등을 거치며 ‘사기꾼’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가상화폐 거부들은 이번 SEC의 공격으로 또 다시 위기에 빠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2022년 홍역을 치른 가상화폐 업계가 고객들의 불신을 지우기 위해 ‘가상’ 혹은 ‘암호’ 같은 낱말을 피하는 등 가상화폐 브랜드를 새로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출신으로 듀크대 법학전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리 라이너는 “이는 단지 홍보 수단일 뿐”이라며 “브랜드 변경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간의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얻은 막대한 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는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로 32위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에게 총 12개 혐의를 적용했으며 이대로 법원이 유죄를 판결하면 최대 형량은 155년에 달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해외 도피 11개월만에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혀 법적 공방을 준비하는 신세다.
바이낸스의 자오 CEO의 상황도 급변했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추정한 자오 CEO의 자산이 지난 이틀 간 최대 260억달러(약 34조원) 감소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암스토롱 코인베이스 CEO 자산은 3억6100만달러에서 최대 22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자오창펑과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의 자산은 올들어 각각 117%, 61% 증가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은 테라, 3AC(Three Arrows Capital), FTX 등 세간의 이목을 끈 급락한 가상자산 설립자들에 이어 또 다른 운명의 역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