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대학생 식비 지원 사업
200명 지원에 900명 몰려
“취약 계층 청년 식사권 사각지대”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끼니를 때울 수 있어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죠. 고단했지만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고, 학교는 도시락 싸서 다녔어요.” (청년도시락 사업 수혜자 26세 신모씨)
“만원이 아까워 냉동볶음밥을 사서 도시락을 싸 다녔습니다. 주변에 사회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모임에 나가면 3만~5만원은 기본으로 쓰게 되니 부담이 됐죠.” (청년도시락 사업 수혜자 30세 김모씨)
900명. 지난 2월 NGO(비정부기구) 기아대책이 진행하는 대학생 식비 지원 사업 ‘청년도시락’에 몰린 대학생 수다. 200명 모집에 네 배가 넘는 학생들이 신청을 한 것이다. 선정된 대학생들은 3월부터 7월까지 총 40만원, 월 평균 8만원을 지원받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수혜자는 총 1345명이다. 누군가에게는 크지 않은 돈이지만 한푼이 아까운 청년들에게는 소중한 기회다.
지난달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 인터뷰를 한 김모씨는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이었다. 김씨는 28살에 약대에 편입했다. 학비는 국가장학금을 통해 해결됐지만 월세, 관리비, 교통비, 식비를 모두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김씨는 “생활비를 아무리 아껴도 한 달 100만원이다. 주에 50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학업과 생활을 병행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 씨 또한 대학을 다니며 모든 생계비를 혼자 감당했다. 신 씨는 “부모님은 파산을 했고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다. 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과외, 아르바이트, 국가 근로 장학생, 식당 아르바이트 등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저를 아껴주고 싶다는 마음에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밥값 40만원’은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친구·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서 오는 행복감 등 미래를 위한 준비와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됐다. 김씨는 “밥값을 지원 받는 지금은 친구들과 모임도 나가고, 외할머니가 병원 가실 때 한끼 대접도 한다. 밥값은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이자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행복’”이라고 말했다. 채식을 지향하는 신 씨에게는 신념과도 관련됐다. 신 씨는 “편의점,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떼우려면 채식은 포기해야 한다. 밥값에 여유가 생기니 조금 더 돈을 들여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수 있어 좋았다”며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만 고된 노동은 하지 않게 된 점도 좋다”고 말했다.
청년도시락 사업을 담당하는 최유경 기아대책 간사는 “빈곤 청년의 문제는 빈곤 청소년의 문제와 연결된다. 취약 계층 청소년이 20살이 된다고 곧바로 가정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업을 진행해 보니 식사권에 대한 취약 계층 청년의 요구가 매우 높았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대책이 지난해 2학기(9~12월) 수혜자 150명 중 1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혜 학생의 77%(92명)가 기초 수급 가정이라고 대답했다. 차상위 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 또한 14%에 달했다. 한 달 식비가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30%로 가장 많았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