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개발’ 책임硏 3인 인터뷰
1회 완충으로 501㎞ 주행 가능
대용량 배터리·공력설계·전동화
패밀리카 정체성 살리기에 집중
기아 EV9은 ‘패밀리형 전기차(EV)’를 목표로 삼았다. 차량 디자인을 우선 결정하고서, 전기차로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은 그 다음 이뤄졌다. RV(레저용차량) 시장이 커지는 트렌드 속에서 ‘패밀리카’라는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로도 압도적이다. 큼직한 차체에도 1회 완충 기준 주행가능 거리는 501㎞. 서울에서 대구를 왕복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자랑한다.
19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EV9 개발을 담당한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소속 책임연구원 3명에게 EV9 ‘전동화’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들은 ‘에너지’와 ‘최적화’를 위한 끊임 없는 시험, 또 현대자동차그룹만의 독자적인 EV 특허기술을 강조했다.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신용수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손병관 전동화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 김태헌 제동설계팀 책임연구원이다.
신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면서 EV9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디자인이 정해진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적의 동력성능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공력은 ‘차와 공기의 마찰’을 다루는 분야다. EV의 전비와 속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연구원들은 타사 전기차의 모형을 분석하고, 디자이너들과 공력 관련 사례들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시뮬레이션과 실제 모형을 활용한 테스트도 병행했다.
EV9에 처음으로 적용된 3D언더커버는 그렇게 탄생했다. 차량 바닥을 앞부분은 아래로 볼록하게, 뒷부분은 오목한 형태로 구현했다. EV9이 육중한 덩치에도 탁월한 전비를 낼 수 있도록 한 설계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덤이다. 기존 E-GMP 언더커버에서 더 보완해야할 점들을 발굴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마찰을 줄일 부분은 사포로 문지르고, 늘릴 부분은 클레이(찰흙)로 덧칠하면서 테스트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패밀리카라는 EV9의 비전을 지키면서도, 기아의 EV 기술력이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EV9의 전동화시스템과 제동설계 분야에서의 효율성 추구도 빼놓을 수 없다. 전동화시스템은 손 책임연구원과 팀 동료들이 담당했다. EV9에는 대용량을 자랑하는 99.8㎾h의 4세대 고전압 배터리가 들어가 있지만, 이를 더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EV9에 탑재된 ‘저전력 열선’은 여기서 얻은 결과물이다. 기존 열선 대비 1열 시트 기준 시간당 약 20~25W의 전력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손 책임연구원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램프류와 워터펌프, 오일펌프, 냉각 시스템(모터·배터리 관련)에서 전비를 개선하려 신경 썼다”며 “전사적으로 소모전력 저감을 위해 고민한 결과 EV9의 전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EV9의 ‘회생제동’ 기능 강화에 매진했다. ‘고감속 영역(급정거)’의 회생제동 성능 개선이 숙제였다고 한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구동하는 데 쓰인 전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고감속 영역은 회생제동이 힘든 구간으로 여겨진다. 헌데 EV9은 ABS가 작동할 정도로 빠른 감속 시에도 효과적으로 전기를 재활용하는 수준까지 회생제동 성능을 높였다.
김 책임연구원은 “여러 노면 조건에 따라 테스트도 마쳐서, 다양한 환경에서 회생제동을 최대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EV9은 오는 31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800V 고전압 시스템에서 10%에서 80%까지 차량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24분. 전장 5010㎜, 전고 1755㎜에서 나오는 넓직한 실내공간도 매력이다. 주차보조 기능·진화한 자율주행기술 등 다양한 편의기능도 발군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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