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도시화율 35%, 1인당 GDP·인프라 수요 급증
글로벌 생산기지도 집결…“석화제품 수요 폭증 예상”
국내외 석화 기업들도 현지 진출 적극 타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인도가 중국을 넘어 ‘인구 세계 1위’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전·자동차 업종 등 전통적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들 이외에도 최근에는 대표적인 B2B(기업간 거래)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업체들까지 인도 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인도의 도시화율과 GDP(국내총생산) 발전 수준이 ‘티핑 포인트’(급격한 전환 시점)에 진입한 점도 석화업계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포인트다.
21일 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의 도시화율(전체 인구에서 도시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5% 수준으로, 2000년대 초반 중국이 기록했던 도시화율과 비슷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개발도상국의 도시화율이 35%를 웃도는 시점부터 1인당 GDP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와 관련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도시화율 상승은 곧 석화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면서 “각종 인프라 관련 투자가 증가할 경우 도시화율 상승 및 1인당 GDP 증가 그리고 석화 제품 전반 수요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유력한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로 손꼽힌다. 거대 기업들의 제조업 생산기지가 현지에 잇따라 건설될 경우 부가적으로 석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한층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인도에 5억 달러(약 6700억원)를 투자해 신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인도 텔링가나주에 설립될 이 공장은 인도에서 첫번째 아이팟 생산 기지가 될 전망이다. 폭스콘은 당초 낮은 마진 등을 이유로 아이팟 생산을 주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이 ‘탈중국’ 전략을 세우면서 폭스콘도 그 일환으로 인도를 새 생산거점으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아이팟은 주로 중국의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인도 석화업계의 산업구조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인도는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단계에서 에틸렌과 벤젠 등 일부 제품군이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최종 석화제품 생산 단계로 꼽히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해외 시장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석화제품에 대한 ‘수요 폭발’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요 증가와 달리 기존 설비 규모는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일례로 현재 인도의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설비 규모는 30만t으로 한국(28만t)과 비슷하고 중국(150만t)의 20%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고부가가치를 지닌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의 경우 설비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합성고무(EPDM) 설비 규모 역시 2만t에 그치면서 한국(32만t)과 중국(57만t) 대비 각각 6%, 4%에 머물러 있다.
윤 연구원은 “오는 2027년까지 인도 내에서 고무 제품군 증설 계획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자동차 타이어 내수 판매량이 20~30% 가량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순수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석화 기업 중에서는 인도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곳이나, 현지 수요 급증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스페셜티 업체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주요 석화기업들의 현지 투자 확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도가 제조업 기지로 조명을 받으면서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석화업계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인도 투자 진출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