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 전용 49㎡ 14.4억→12.8억원으로 ‘뚝’
갭투자 수요 많은 대단지 등서 손절매 잇따라
2020~2021년 매수 집 되파는 사례도 속출
거래량 늘며 ‘갈아타기 수요’ 분석에 힘 실려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서울 아파트거래량이 늘며 시장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고점에 사들인 이들이 손해를 보고 파는 ‘손절매’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례는 서울 내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주요 단지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다. 장기간 금리 부담을 버텨낼 자신이 없는 이들이 던졌다는 분석과 더불어 집값이 바닥을 지나는 가운데 ‘갈아타기’를 위한 매도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49㎡는 지난 5일 12억8500만원(29층)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30일 14억4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다. 매도인은 불과 10개월도 안 돼 1억5500만원 손해를 보고 되판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단기간에 사고파는 것은 주거 목적으로 집을 산 게 아니라 투자 차원의 수요자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개업계에서는 집을 사들인 지 1년도 안 돼 되파는 손절매와 관련해 여전히 대출금리 부담이 큰 가운데 상투를 잡았다는 판단에 손해를 무릅쓰고 물건을 던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갭투자 물건이었다는 점에서 영끌족의 손절매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6억4000만원에 신규 세입자를 들인 전세를 낀 물건이다. 송파구에선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가락동, 신천동 등에 있는 대단지는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다.
1년 이하 초단기 손절매뿐 아니라 ‘패닉 바잉(공황 구매)’ ‘영끌 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집 매수)’가 활발했던 2020년, 2021년에 매수한 이들의 손절매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59㎡는 지난달 18일 15억4500만원(6층)에 팔렸다. 집주인은 지난 2019년 12월 15억7000만원에 해당 물건을 매수했는데 3년4개월 만에 2500만원 손실을 봤다. 파크리오 전용 59㎡도 지난달 7일 14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해당 물건은 이전 집주인이 지난 2020년 7월 16억5000만원에 샀던 바 있다. 2년9개월 만에 2억1000만원을 손해 본 셈이다.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1일 17억9500만원(2층)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21년 8월 31일 19억3000만원에 팔렸던 바 있다. 1년9개월 만에 1억3500만원 내려간 가격에 내던진 것이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도 지난달 30일 12억5000만원(2층)에 팔렸다. 이 물건은 지난 2020년 11월 말 14억원에 팔렸던 바 있다. 2년5개월 만에 1억5000만원 내린 가격에 팔린 것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달 1일에도 13억3000만원(9층)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20년 12월에는 14억6000만원에 팔렸는데 2년4개월 만에 1억3000만원 내린 가격에 팔린 바 있다. 노원구 중계그린 전용 49㎡는 지난 10일 4억9000만원에 팔렸다. 이전 집주인은 지난 2020년 10월 이 아파트를 5억1000만원 주고 샀는데 2년7개월 만에 2000만원 손해를 보고 되판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문가 사이에서는 최근의 손절매 사례는 대출 부담보다도 갈아타기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서울 아파트거래량이 늘고 있으며, 급매물은 어느 정도 해소돼 바닥을 다지는 상황에서 반등을 예상하며 더 큰 폭으로 떨어진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영끌족 손절매 이유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전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 들고 있는 물건보다 더 조정된 아파트가 있으면 갈아타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이들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영끌 이자 부담으로 인한 급매물은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도 “영끌족이 물건을 던지는 시기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로, 가격도 낮아진다”며 “반면 거래량이 늘어날 때는 갈아타기나 신규 매수 수요가 유입돼 가격도 오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