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한국전력이 25조원대 자구안을 내놓은 데 이어 15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했으나 증권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1분기 영업적자는 전분기 대비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이나 여전히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관측에서다. 최악의 국면은 피했지만 여전히 "하반기에도 추가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13% 내린 1만928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개장 직후 하락세로 출발해 장중 전 거래일보다 3.4% 떨어진 1만903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자 주가는 소폭 상승 전환했지만 다시 낙폭을 키우면서 거래를 마쳤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전기요금을 오는 16일부터 kWh당 8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이후 한전 누적 적자가 4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13.1원 인상했지만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미루다가 이날 소폭 추가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최악의 국면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8개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만큼, 요금 인상이 절실했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원가 부담도 줄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이 작년 12월 268원/kWh를 정점으로 올해 4월 165원/kWh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석탄 및 LNG 투입단가도 내리면서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하반기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데다 부채비율은 536%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1분기 이자비용만 1조원을 넘어서면서 현금흐름 상태도 부진하다. 에너지 가격도 불안하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여름철 LNG 수요 폭증이 나타날 수 있고, 주요 산유국의 감산 정책도 언제든지 발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때 주가도 본격적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영업비용 감소세에 힘입어 올 3분기에는 10개 분기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키움증권은 “하반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하더라도 수익성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도 추가 요금인상 필요하다”며 “인상 시기와 폭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