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삼성전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카드업계 관계자)
카드사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간편결제를 필두로 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싸움 중간에 끼어버렸기 때문이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진출하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삼성페이에 카드사를 입점시켰던 삼성전자가 건당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삼성페이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두 선택지 중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카드사에겐 치명적인 상황이다.
안 그래도 불황인데…삼성전자 ‘통보’에 불안 떠는 카드사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올 한해 카드업계의 불황을 대비해 내실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1분기 1등 카드사인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5.23% 감소한 166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모두 각각 9.51%, 31.03%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객 이벤트 등 줄일 수 있는 비용부터 최대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내실경영 기조 속에서 카드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 벌어지는 ‘페이 싸움’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별도 수수료 없이 카드사와 삼성페이 단체계약을 맺어왔던 것과 달리, 재계약이 이뤄지는 오는 8월 무료 계약의 자동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단독으로 국내 도입한 애플페이가 건당 0.15% 수준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선 삼성전자 또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① 수수료 수취 ②애플페이 입점 방해…두 가지 시나리오
업계에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무료로 이어오던 삼성페이에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애플페이에 입점하지 않는 조건으로 삼성페이 무료 정책을 이어가는 선택지가 그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운영해온 건 국내 갤럭시 스마트폰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페이가 확산되고 아이폰 점유율도 더 높아진다면 실제 삼성전자가 카드사의 애플페이 입점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시나리오 중 어떤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도, 카드사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에 대해 건당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카드사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또 다른 비용을 늘려야 한다. 한국은행의 ‘2022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간 휴대폰 제조사를 통한 간편결제(삼성페이) 일 평균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34.7% 성장한 1853억2000만원에 달한다. 간편결제 이용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간 수천억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페이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질 경우 무조건 애플페이 도입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 핸드폰의 점유율은 64%, 애플페이의 점유율은 34%에 해당한다. 아이폰14 시리즈의 흥행으로 애플의 점유율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애플페이에 대한 카드사 고객들의 니즈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에 내는 수수료 문제로 카드사들은 다 같이 긴장한 모습”이라며 “대세에 안 따라 갈 순 없지 않느냐는 잠정적 시선이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