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추진 현황 및 분쟁·갈등 용역 입찰
유형별 사업지연 사례·개선 방안 도출 주문
정비사업 정상화 포함 ‘주거안정 실현’ 차원
용역 결과 따라 지원 및 정책 제언 가능할 듯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전국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다양한 사유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해 사업비와 공사비 등 부담이 커지며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치킨 게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비사업 지원기구 중 한곳인 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 갈등의 원인·현황을 비롯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해 주목된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현재 ▷정비사업 추진실적 현황 조사검증 ▷정비사업 분쟁·갈등 연구용역 등 용역 2건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 중 ‘정비사업 추진실적 현황 조사·검증’ 용역은 전국 정비구역 모니터링 위한 용역은 전국 정비구역의 사업 추진실적 현황 관리, 주요 이슈 구역의 동향 파악 등을 위해 추진된다. 조사·검증 세부 항목은 사업 개요, 사업 추진·정비구역 현황, 사업 계획, 자금운영계획 등이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는 ‘정비사업 분쟁·갈등 연구용역’은 최근 정비사업의 분쟁·갈등 사례를 비롯해 원인과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부동산원은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분쟁이나 갈등이 늘어난 가운데,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이번 용역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공고 내용을 보면, 우선 정비사업 참여주체별 관점(정책입안자, 인허가권자, 사업시행자, 시공사 등 협력업체 등)에서 최근 대내외 정책·경제·사회적 환경을 분석할 것을 주문했다. 정비사업 참여주체별, 사업유형별, 추진단계별 분쟁·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를 구분해 원인과 영향 등에 대해 분석할 것도 요청했다.
참여 주체 혹은 사업 유형(재개발, 재건축 등)별 분쟁·갈등으로 인한 사업지연 사례를 살펴보고 주요사항 도출 및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도 과업 내용에 담았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해당 용역은 지난해 8월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당시 발표에는 원활한 신축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동산원은 해당 용역 진행 결과에 따라 기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이를 참고에 국토부에 정책 제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비사업장 내 공사비 갈등과 관련해 부동산원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국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문제로 사업 지연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실상 ‘합의’가 최선으로 여겨진다. 사인간 거래인 만큼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고, 소송전으로 번지면 사업만 더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줄이기를 위해 공사비 검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그간 일각에선 부동산원의 검증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부동산원이 검증하게 규정된 공사비 범위는 ▷건축 ▷간접공사비 ▷토목 ▷조경 ▷기계 ▷전기 등이다. 다만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에 따라 요청하면 자잿값 인상과 금융비용 상승 등도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거나 사법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여지가 있으면 부동산원이 모두 들여다보기는 힘들다.
정비사업 갈등의 대표 사례인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약 1조1400억원의 추가 공사비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지만 부동산원은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금액, 공사 중단기간에 따른 손실금액 등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추가 공사비의 14% 수준인 1600억원에 대해서만 검증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