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삼익아파트 조합,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분교 설립 요구

가장 가까운 방일초 성인 걸음으로도 20분 넘게 걸려

건립부지 두레마을 30여가구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지자체 “교육청과 상의”·교육청 “학교 설립수요 나오지 않아”

고급 아파트들만의 학교 지으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방배삼익 재건축 조합에서 학교 설립을 요청하고 있는 서초구 방배동 두레마을 부지. 비닐하우스촌 뒤로 방배어울림 아파트가 보인다.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시골 오지에나 있을 법한 초등학교 분교를 강남 한복판에 지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방배동에서 나온 요청인데, 인구 감소 추이에 따라 지자체와 교육청이 수용할 지 주목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재건축 조합은 시청과 구청 등 지자체를 상대로 ‘방일초등학교 분교’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배삼익아파트에 거주할 때 배정받는 방일초등학교가 언덕을 따라 대로변을 지나 1.5km 넘은 곳에 떨어진 만큼 아이들의 통학 때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 거리는 성인 남성인 기자가 걸어도 20분이 넘게 소요됐다.

또 재건축이 진행중인 방배삼익, 신동아, 임광아파트와 그랑자이, 래미안아트힐, 어울림 등 인근 아파트 세대수를 전부 합치면 5000가구가 넘는 만큼 충분히 초등학교를 건립해야 할 명분도 있다는 것이 조합의 논리다. 이에 이들은 학년당 1~2 학급만 존재하는 ‘서울형 분교’를 설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로 소규모 학교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서울형 분교모델 안’을 발표할 계획이기도 하다.

조합에서 요청하는 분교 건립부지는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하고 현재는 구청과 시청이 소유하고 있는 약 5000㎡규모의 두레마을 부지다. 두레마을은 개포동 구룡마을과 함께 대표적인 강남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으로 자리 잡은 지는 수십년도 넘었다. 현재도 30여가구가 불법건축물을 임시로 지어놓고 거주하고 있다.

방배삼익 재건축 사업 부지. 서영상 기자.

방배삼익 조합 관계자는 “초등학교 설립은 우리 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조만간 인근 단지들과 연계해 요청에 나설 것”이라면서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판자촌 두레마을 부지가 아이들의 학교 장소로는 매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도 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분 공감하고 잇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예산확보와 두레마을 주민들의 이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2개의 근린주거구역(하나의 근린주거구역은 2000~3000가구)단위에 1개의 비율로 설치할 수 있는데, 인근에 5000가구 거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학교를 지을 수 있다. 또 해당 규칙은 아이들의 통학거리를 ‘1500미터 이내로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방일초등학교는 이보다 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속적으로 요구를 받아온 서초구청은 “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오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도 “두레마을이 학교용지도 아니고 현 상황에서는 그 인근이 학교 설립 수요 또한 나오지 않는다”면서 “두레마을 현 거주민들의 이주 또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분교를 지어달라는 요청에 대해 취지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다.

방배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초등학교가 들어설 땐 지금보다 거주연령도 낮아지고, 조합원 입장에선 임차인을 구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면서 “특히 방일초등학교 인근이 빌라가 많이 분포한 것과 달리 방배삼익 인근은 남부순환대로를 따라 고급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어 ‘그들만의 학교’를 세울 땐 아파트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