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해 빠르게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시중에 풀린 현금이 약 15년 만에 2분기 연속 감소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74조62억원으로 전분기 말(174조8622억원)보다 0.5%(856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2.7%(4조8556억원) 준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화폐발행잔액이 2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4분기에서 2008년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후 약 15년 만이다. 당시 전분기 대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007년 4분기 -6.5%, 2008년 1분기 -2.7%, 2008년 2분기 -0.5%였다.
화폐발행잔액은 한국은행이 발행해서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이다.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규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한은이 발행한 화폐보다 환수한 금액이 적어 화폐발행잔액은 늘어나게 된다.
화폐발행잔액을 권종별로 보면 1분기 말 기준 5만원권 잔액이 152조3017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0.4%(6389억원) 감소하며 2분기 연속 줄었다. 두 개 분기 연속 감소는 5만원권이 유통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1만원권 잔액 역시 지난해 4분기 말 16조37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6조1384억원으로 1.4%(2365억원)줄며 2분기째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4분기 2.4% 줄었던 5000원권 잔액은 올해 1분기 1.1%(1095억원) 늘어난 1조4549억원, 1000원권 잔액은 0.7%(1164억원) 증가한 1조6311억원으로 집계됐다.
화폐발행잔액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누적된 금리 인상의 효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화폐 수요가 줄었다"면서 "통화정책의 경우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도 화폐발행잔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한은으로 환수되면서 화폐발행잔액이 주는데, 금리 상승으로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로 3.00%포인트 인상했다.
예금은행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1.70%에서 4분기 4.17%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64%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