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워싱턴DC)=정윤희 기자] “백악관에는 저보다 BTS가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습니다(BTS beat me to the White House, but I beat them to Capitol Hill.)”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0년 만에 미국 의회 연단에 선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합동 영어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BTS를 언급하며 농담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는데, 사전에 준비된 연설문 원고에는 없는 윤 대통령의 즉석 ‘애드리브’였다.
미 의원들은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And even if you didn’t know my name, you may know BTS and BLACKPINK.)”이라는 윤 대통령의 농담에도 아낌 없는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검정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와 행커치프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44분간 영어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기립박수 23차례를 포함해 모두 56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44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및 영역 확장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 허위선동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 강화와 북한 인권 유린 참상 ▷우크라이나 무력공격 강력 규탄 등을 언급했다. 핵심 키워드로는 ‘자유’를 46회 언급했으며, 이어 동맹(27회), 북한(21회), 민주주의(19회), 경제(14회), 평화(12회), 인권(11회) 등이 등장했다.
K팝 스타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도 연설문에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 콘텐츠는 양국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할리우드 영화를 언급하자 미 의원들은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수상을 하고, ‘탑건’, ‘어벤져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아 왔다”며 “저도 ‘탑건 : 매버릭’을 굉장히 좋아하고,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I also love ‘Top Gun: Maverick’ and also ‘Mission Impossible’)”고 덧붙였다.
‘미션 임파서블’ 역시 사전 원고에는 없는 ‘애드리브’였다.
윤 대통령은 또, “이제 한미 양국의 음악 차트에서 상대방 국가의 가수 노래가 순위에 오르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며 “미국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한국이 ‘오징어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공급하는 새로운 양상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미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함께 셀프카메라(셀카)를 찍자고 요청했다.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