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제도 변경에 보험사 웃었다…두자릿수 이상 성장[머니뭐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 회계기준(IFRS17) 변경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아들기 시작했다. IFRS17 적용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며 전반적으로 두자릿수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IFRS17에서 유리한 보장성보험을 확대한 보험사들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신한·DGB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전날 일제히 1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계열사로 있는 보험사 4곳의 성적이 공개됐다. IFRS17 기준으로 산출된 첫 실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보험사는 KB손해보험이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2538억원을 시현해 전년동기 대비 25.7% 성장했다. 직전 분기에는 1427억원 순손실을 봤는데, 1개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대형화재 보상에 따른 일회성 손실 요인(210억원) 제외시 순이익은 2750억원 규모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뿐만 아니라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이 8조1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CSM은 향후 보험계약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며, 보험사는 CSM 상각을 통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장기(83.6%) 및 자동차보험(76.8%)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CSM 성장세도 견조하다”며 “IFRS17을 적용한 동일기준 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25.7% 증가하며 이익 체력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라이프생명은 연초 KB·푸르덴셜 통합법인 출범 후 첫 실적으로 9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단순 합산치이긴 하지만 전년동기(55억원) 대비 1600% 이상 폭증한 기록이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2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8% 뛰었다.

생보업계 톱2에 도전 중인 신한라이프는 당기순이익 13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다만, 790억원에 그쳤던 전분기 대비로는 69.4% 증가하며 선전했다. 1분기 중 유가증권 처분·평가손익 증가 효과로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늘어났다. CSM은 6조7000억 규모로 평가됐다.

DGB생명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123.4%) 폭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306억원을 기록했다. CSM 상각 등을 통해 IFRS17 하에서 수익성이 안정적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CSM 수치는 6923억원, 순보험부채 대비 CSM 비중은 업계 상위권인 13.5%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보면 IFRS17 하에서 유리한 보장성 장기인보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KB손해보험의 장기 보장성보험 매출(원수보험료)은 지난해 1분기 1조9147억원에서 올 1분기 2조339억원으로 6.2% 늘었다. 신한라이프는 보장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 수입이 217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4% 성장했다.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단순 실적 증가 현상도 있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과거 회계기준(IFRS4)으로 작성된 2022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31억원이었는데, IFRS17 기준으로는 2019억원이었다. 앞서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수익 인식 기준이 발생주의로 바뀌면서 IFRS17 적용시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K-ICS(지급여력) 비율은 200% 전후의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건전성 관리를 중시하는 KB라이프가 277.6%(이하 잠정치)로 가장 높았고, 신한라이프(222.8%), KB손해보험(192.9%) 순이었다. DGB생명은 정식 수치를 산출하기 전이지만, 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에 공개될 주요 생·손보사들의 1분기 실적까지 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IFRS17 효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보장성 상품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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