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국정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근로시간제 개편 논란과 대일외교 후폭풍이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미국발(發)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윤 대통령은 당장 다음주로 다가온 미국 국빈 방문과 취임 1주년 전후 내각과 참모진의 순차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17일 대통령실은 방미 성과 극대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외교안보 ▷경제 ▷인적교류 등 사회문화 등 각 분야 관련 부처와 함께 방미 일주일 전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당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외교안보 성과를 취임 1주년 성과로 이어가려 했던 대통령실은 다소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해당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는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빈 방문을 앞두고 경제, 안보 등에서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감청 의혹이) 터지는 바람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10~14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3.6%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11~13일)에서는 27%로 5개월 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지지율 하락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외교안보 악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맞닥뜨린 지지율 급락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집권 2년차 국정과제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국정동력 회복이 절실하다.
때문에 윤 대통령으로서는 도·감청 의혹 파장을 일단락하고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성과 도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북핵 확장억제 등 안보분야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악화된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다.
인적개편론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을 교체한데 이어, 최근 비어있던 의전비서관 자리에 김승희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물밑에서는 부대변인을 비롯한 실무 담당 행정관급 인사들에 대한 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이후에는 고위직 참모와 내각에 대한 교체 작업 역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 중 정치인 출신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점쳐지는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이 그간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못박아온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보다는 순차개각·개편에 무게가 실리는 상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오는 6월 국가보훈부 출범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 7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만료 등이 주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5월에 취임 1주년이 되는데다 총선이 1년가량 남으면서 인사 수요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인위적인 개편보다는 자연스럽게 교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