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명문대 대학원에 다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인턴 자격까지 갖춘 '엘리트' 남성의 실체는 러시아 스파이였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에서 10년간 활동하다 지난해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체르카소프의 지난 10년을 추적해 보도했다.
체르카소프는 2010년부터 가짜 신분으로 살아왔다.
그에게 붙은 이력은 아일랜드계 브라질 남성인 빅토르 뮬러 페레이라였다. 출생증명서에 그의 어머니로 쓰인 건 1993년 자녀 없이 사망한 브라질 여성이었다.
25살의 체르카소프는 페레이라 명의로 여권, 운전면허증 등을 만들어 여행사에 취업했다. 그는 이후 포르투갈어로 그의 가짜 어린 시절을 묘사한 4쪽 짜리 문서 등을 10년간 보관하고 달달 외웠다. 이는 그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것이다.
당시 문서에는 "아일랜드계 브라질인. 이국적 외모와 억양 때문에 외국인이라 놀림을 받았고 친구는 없었다. 어릴 때 살던 리우데자네이루 다리 근처는 생선 냄새가 심해 싫었다" 등 내용이 쓰였다.
체르카소프는 아일랜드 명문 공립대학인 트리니티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땄다. 이후 워싱턴 소재의 대학원 2곳에 지원했고, 2018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 합격했다.
입학 당시 체르카소프의 실제 나이는 33살이었다. 그는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20대 후반인 척 행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르카소프는 대학원 친구들과 이스라엘 현장 견학도 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때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 학생들이 만난 다른 이들에 대한 종보를 수집했다.
체르카소프는 졸업을 앞두고는 유엔, 미국 싱크탱크, 금융기관, 언론 매체 등을 목표로 인턴십을 지원했다. 2020년 9월 브라질로 떠난 뒤에도 워싱턴의 고위 관리들이 모스크바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등을 러시아 측에 보고했다. 체르카소프는 지난해 3월 ICC 인턴십 자리를 얻었다.
체르카소프의 위장은 지난해 4월에 끝났다. 네덜란드 정부가 "러시아 대사관이 중요 인물의 도착을 준비 중"이라는 동향을 확인했고, 미 중앙정보국(CIA)과 FBI의 공조 끝에 스파이로 지목된 것이다.
체르카소프는 자신이 러시아 스파이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문서 위조 등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체르카소프가 스파이라는 점을 부인했다. 그가 러시아를 탈출한 헤로인 밀매업자이며, 현재 수배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고, 현재 브라질로 추방돼 상파울루 교도소에 있는 체르카소프 또한 러시아행을 요구 중이다.
yu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