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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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소아청소년과 진료 그만 두고 내일부터 피부과 진료를 하겠다.”

허무맹랑한 말 같지만 실제로 가능하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의대 6년을 거쳐 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하면 일반의가 되고, 여기서 인턴과 전공의 교육 수료,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가 된다. 둘 모두 법적으로는 어떤 진료든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아과의사회가 선언적 의미의 폐과를 언급하면서 소속 전문의들의 타 진료과로 ‘엑소더스’ 현상이 실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열린 소아과의사회 간담회에서 임현택 회장은 “소아과 회원 요구에 따라 타과 진료 교육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다른 환자를 보는 일에 종사하기까지 1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반의나 전문의나 진료에 제한은 없다. 예를 들어 소아과 의사라도 피부과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의사들은 연수강좌 등을 통해 타 진료과에 대한 정보를 익힌다. 관련 지식 없이 환자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비뇨기과 의원처럼 진료과가 간판에 표시돼 있을 경우 전문의가 하는 의원이다. 반대로 일반의 혹은 타과 전문의가 운영 하는 의원은 진료과를 제외한 채 ‘정우성 의원’이라는 식으로 ‘이름 혹은 별도 명칭+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그 주위에 진료 과목을 표기한다. [사진=고재우 기자]
사진에서 보이는 비뇨기과 의원처럼 진료과가 간판에 표시돼 있을 경우 전문의가 하는 의원이다. 반대로 일반의 혹은 타과 전문의가 운영 하는 의원은 진료과를 제외한 채 ‘정우성 의원’이라는 식으로 ‘이름 혹은 별도 명칭+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그 주위에 진료 과목을 표기한다. [사진=고재우 기자]

일반의와 전문의 간 차이는 ‘○○피부과 의원’이라는 간판에 피부과 등 진료과목명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정도다. 일반 의원의 경우 보통 ‘정우성 의원’이라는 식으로 ‘이름 혹은 별도 명칭+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그 아래 진료과목을 써놓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임 회장의 말이 단순한 호소로 들리지 않는다. 간담회에 참석한 소아과 한 회원은 “최근 경기도 안산에만 소아과에서 일반의로 바꾼 의사가 3명”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일반의나 특정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타 진료과 환자를 보는 환자를 보는 의원이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발췌]
[국가통계포털 발췌]

국가포털통계에 따르면 의원급 ‘전문 과목 미표시 전문의’ 현황은 2018년 5781개소, 2019년 5857개소, 2020년 5937개소, 2021년 6097개소, 지난해 6277개소 등으로 증가했다. 전문 과목 미표시 전문의란 간판에서 자신의 전공을 빼고 타과 환자를 보는 의원을 뜻한다.

‘일반의원’ 현황도 2018년 2929개소, 2019년 2943개소, 2020년 3004개소, 2021년 3063개소, 지난해 3165개소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임 회장은 타과 진료 교육센터 설립 및 회원들의 참여에 대해 “의사회 회원 중 90%가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이중 반 정도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소아과를 포함한 필수진료과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전문의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타과 교육이 크게 어렵지 않은 만큼, 의원급 소아과 의사들의 진료과 이탈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을 해봐야 먹고 살기 힘들테니 소아과를 버리고 일반의처럼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진료 영역이나 전문 과목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k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