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0년 후에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갑니다. 일단 올라가서 뜨거운 맛을 본 다음에 다시 온도가 내려가는 시나리오가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합니다”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발간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204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를 것이 확실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이번 제6차 보고서는 ‘파격’이었다.
그러나 이회성 IPCC 의장은 희망적 전망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감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봤을 때 새로운 발전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회성 IPCC의장은 한국인 최초인 동시에 첫 경제학자 출신의 IPCC 수장이기도 하다. 그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초대 원장(1986~1995)과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1999), IPCC 부의장(2008) 등을 역임했다.
최근 7~8년간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전세계적 노력은 산업화 시기(1850~1900년)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을 저지하는 데 집중해 왔다. 1.5도 이상 상승 시 해수면 높이가 10cm 이상 올라가고, 전세계 인구 중 3억5000만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종말론적’ 기후변화에 예상되는 데도 이회성 IPCC 의장은 ‘오버슈트’라는 개념을 내놨다. 1.5도 이상 온도 상승을 피할 수 없지만 지구 온도를 빨리 1.5도 이내로 끌어내려 생태계와 인류에 대한 위험을 낮춰보자는 거다.
물론 반발도 많다. 먼저 한번 상승한 온도를 낮춘다고 동토가 사라지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등의 변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또 한번 올라간 지구 온도를 정말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회성 IPCC 의장은 “한번 1.5도 온도 상승 경계선을 넘어선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의문이 많이 있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21세기 말에는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게 공론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급선무는 하루라도 빨리 배출 총량을 줄이는 것. 지구 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는 현재도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 IPCC 제6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인위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59기가톤(GtCO₂e), 1990년대보다 54% 많은 수준이다.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줄어들어야만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제로’를 달성해 대기 중의 온실가스 총량이 유지되는 수준이 된다는 게 제6차 보고서의 진단이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한다 해도 해마다 7%씩 줄여야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내년, 내후년부터 감축을 시작한다면 해마다 줄여야 할 양은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도 해야 한다는 점이 숙제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다만 이때 세계 경제 역시 3% 역성장했다.
이회성 IPCC 의장은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는 7%씩 줄이면서 경제는 2~3%씩 성장하는 것”이라며 “경제 성장도 하면서 이산화탄소도 줄이는 탄소중립이 간단치 않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