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빌라 전세 3천여건…전월엔 5천건 웃돌아
전셋값·신뢰 하락에 아파트에 밀리는 가운데
공시가 급락에 보험 가입 위한 보증금 상한선 ↓
세입자는 보증금 미반환 우려, 집주인은 전세금 하락 불가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빌라 전세 거래량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로 내려가며 빌라 주인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 급락으로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져 세입자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다음 세입자를 구하려면 전세금을 더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체 주택 시장의 전셋값 하락폭이 커져 아파트 전세에도 밀리는 가운데,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서울시 내 다세대·연립(빌라) 전세 거래는 7804건이 등록됐다. 지난 1년간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며 올 들어 2월에는 이날까지 5087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는 3178건이 등록됐는데, 거래 등록 신고 기한이 거래 후 30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시 내 아파트 전세 거래량의 경우, 지난해 3월 1만276건을 기록한 이후 올 지난해 11월(9439건)에는 1만건 밑까지 떨어졌지만 바로 다음 달 1만건 이상 회복했고, 올해 2월에는 전월(1만511건) 대비 약 2000건 많은 1만2515건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는 현재까지 7281건이 등록됐다.
빌라 전세는 지난해 '빌라왕' 사건 여파에 신뢰도가 하락하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와 비교해 빌라에서 사기성 거래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해, 월세든 전세든 빌라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식으로 양극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락으로 빌라 역전세 현상도 줄이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수도권 빌라는 전년 대비 평균 약 6% 하락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대책 일환으로 오는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하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내리면,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보증금 상한액 기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빌라는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많아, 현재 전세 가격을 유지하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힘든 세입자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현재 전세 계약이 끝난 뒤에는 결국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게 전세금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윳돈이 없는 임대인의 경우, 다음 세입자를 바로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셋값 하락과 전세 사기 등으로 급증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지속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는 1121건, 보증 사고 금액은 2542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 기록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빌라 전세 공포’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인들이 전셋값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받는 반전세, 월세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 수도 있다.
다만 빌라 전셋값이 계속 떨어져 가격 경쟁력이 확실해지면 수요층이 살아날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윤 연구원은 “빌라는 신뢰 문제로 수요자들이 안 가기 시작하는데, 이에 거품이 빠지면 가격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한다”며 “상대적으로 싼 물건을 찾는 수요층으로 수요가 계속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